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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회>금강석의 미소(19)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21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19)



김암이 김문권에게 말했다.

“현재 천황의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리고 있는 모노노베의 궁궐에 잠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 동방의 빛은 모노노베가의 상인을 통해 주군인 모노노베 시키부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맞아, 나도 알아보니 감시가 철통 같다더군.”

“하지만 한 군데 빈 틈이 있기는 해.”

“그게 뭐야?”

김문권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모노노베 시키부는 한 달에 두 번 음양자 소연을 베풀지. 그때 춤추는 여자로 들어갈 수 있어.”

“그날이 언제야?”

“바로 백호광명 봉안식 전전날이야.”

“하지만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때 다시 묘옥이 끼어들며 말했다.

“제가 잠입을 해 금강석을 되찾아오겠어요. 춤이라면 일본춤에서 배꼽춤까지 못추는 게 없지요.”

“묘옥, 위험할 텐데.”

“동방의 빛이 모노노베 시키부의 손에 있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결자해지라고 내가 넘겨 주었으니 내 손으로 다시 찾아오지요.”

묘옥의 뜻이 결연했다.

푸른 나라의 밤은 아름답다.

금강석이 모노노베의 궁에 있다니….

소가씨를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한 모노노베는 밤마다 침실을 바꾸며 은신했다. 언제 다시 소가씨의 반격이 있을지 몰라 불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전 초기에는 소가씨가 모노노베 궁을 점령해 그의 침전을 잿더미로 만들어 놓았다. 그때 간신히 목숨을 건진 모노노베는 침실을 수십 개나 지어놓고 미로를 파놓은 게 도로(徒勞)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노노베는 안전을 구실로 삼아 수많은 비밀의 궁들을 지어 은신하면서 그의 취향에 맞는 춤추는 여인들을 불러서 성의 향연을 즐겨왔다.

모노노베는 음양자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묘옥을 불러 무대 위에 올렸다. 음양자를 성을 흥분시키는 미약으로 원지(遠志), 사상자(蛇床子), 토사자(兎絲子)에다 부자, 아편, 대마, 음양곽(淫羊藿) 등의 진액을 말린 가루로 이것을 먹거나 연기로 들이마시게 되면, 정신과 마음을 흥분시켜 성의 향연으로 달려들게 만드는 약이었다.

묘옥은 가슴이 훤히 비치는 물비단 잠자리 의상을 걸치고 나와 몽환적인 아라비아 선율에 맞워 배꼽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나무처럼 휘어질 듯 탄력을 얻은 허리가 돌아가고,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리며 풍성한 엉덩이가 뒤틀릴 때마다 모노노베의 눈이 장작불처럼 이글거리며 욕망은 입을 벌렸다.

모노노베는 술잔을 들이켜며 말했다.

“내가 배꼽춤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너의 몸놀림에 비하면 그들은 지렁이의 꿈틀거림이나 다름 없었다. 과연 이게 배꼽춤의 진수라는 걸 알았다. 과연 서역의 춤이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