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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회>금강석의 미소(25)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29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25)



대식국이 고향인 혜장은 김문권에게 말했다.

“이 주실의 궁륭은 이슬람 제국과 대진국에서 본 반구형 건물과 방불하군요. 난 대진국의 도읍지 라마의 반대원(半大圓·판테온) 신전이라는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이 곳보다 크긴 하지만 이보다 아름답진 않았습니다.”

“석굴암을 만드는데 혜초 스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돈황의 막고굴과 천불동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김문권, 나 또한 서역에서 이곳까지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건축물과 신전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원의 내부가 이처럼 정교하게 잘 짜여 있고 미적으로 통일된 신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감히 비긴다면 천축의 아잔다 석굴 정도일 것입니다. 완벽합니다.”

“그렇게 칭찬을 해주니 고맙소. 그런데 아직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바로 저기 본존불의 이마에 뻥 뚫려있는 백호좌입니다.”

“내일이 백호광명 봉안식이라죠?”

“그렇습니다.”

“혜초 스님은 저에게 말했습니다. 금강석을 고구려의 별인 고선지 장군에게 줄까도 생각 했답니다. 하지만 고장군님은 훌륭한 영웅이긴 하나 동방의 성스러운 빛을 담을 그릇은 아니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스승님은 나름대로 보는 눈이 있었던 게지요. 석굴암을 짓는 대공장인 당신이야말로 동방의 빛을 감당할 분이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런데 그 동방의 빛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김문권은 금강석을 감실 유마거사상 뒤에 감춰두었다. 서역에서 이곳까지 왔고, 더욱이 왕오천축국전 원본을 선물한 혜장 스님에게 당장 금강석을 꺼내 보여주고 싶지만 내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어쩌면 왕과 모노노베와 마찬가지로 이 혜장 스님도 이 금강석으로 권력과 부귀를 장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권력과 부귀 앞에는 약한 법이다.

“내일 봉안식 때 보여 드리지요.”

“알겠습니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틈을 주면 미혹될 수 있으니까.”

혜장 스님은 스스로 깨끗하게 물러났다.

김문권은 봉안식 전날 밤 토함산 정상에서 천문을 보고 있었다. 그가 천문지리에 능하게 된 것은 평생의 지기인 김암의 도움이 컸다. 그는 점주와 관상도를 편 뒤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망통을 들고 별을 보았다. 그는 때때로 천문박사라도 된 양 혜성, 유성 운석, 객성, 금성과 같은 것을 관찰한 뒤 나라의 역수와 개인의 점주를 보았다.

“아니 저건 태백성이 달을 범하고 토성이 입월하는 게 아닌가?”

나라에 큰 변고가 날 불길한 조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에서 중앙으로 치우기 하나가 높이 날아 오르더니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갔다. 그러자 달이 태백성과 토성을 토해내었다. 길한 조짐이었다.

다음날 오후 백호광명 봉안식에는 많은 인사들이 초청되었다. 왕과 시중, 상대등과 부령(장관)들이 초대되었다. 왕과 혜장은 본존불에 봉안될 백호광명을 노리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염불로 봉안식이 시작되었으나 김문권은 아직도 토함산 정상에서 석굴암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아, 이게 인간에게 절대적 권력이 아니면 성인의 덕을 준다던 그 마법의 돌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