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1097회>금강석의 미소(26·최종회) - 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2009-12-30     전상헌 기자
43. 금강석의 미소(26·최종회)



아, 틀림이 없구나. 이 보석에서 뿜어내는 빛과 힘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유혹하는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 빛의 힘으로 속진의 염부제를 한 손에 움켜잡고 뒤흔들어 버릴 것만 같구나.

김문권은 고래로부터 전해내려온 전설적인 보물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환웅이 천제 환인으로부터 받아 가지고 내려왔다는 천부인(天符印) 세 인수(印綬)와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꿈에 신인(神人)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해지는 금척(金尺), 나라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잠재우는 피리인 만파식적 등 이 땅에 위대한 보물들이 많지만 이 ‘동방의 빛’ 만큼 영험하고 신이(神異)한 보물은 아니다.

김문권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유사 이래 위대한 영웅과 성인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던 동방의 빛, 누구든지 이것의 힘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자는 절대 권력자가 되고 인류를 위해 희사하는 자는 해탈하여 성인이 된다고 하는 신비의 보석이다.

‘버려야 하느니라.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니라.’

‘막지 마소서. 저 또한 절대권력과 부귀공명을 누리고 싶습니다.’

‘아, 이것을 갖고 이대로 하산을 해 버릴까?’

그때 하늘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김문권! 돌을 다듬으며 사라졌다고 믿었던 네 더러운 본성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구나, 못난 놈! 어서 석굴암으로 들어가거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혜초 스님의 호통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김문권은 금강석을 들고 허겁지겁 석굴암 안으로 들어갔다. 왕과 시중, 상대등과 각부령, 표훈과 아사달, 강고내미와 양능, 서역승 혜장 등 뭇 중생들이 모두 본존불 앞에 몰려 있었다.

“어딜 갔었나? 모두들 자네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네.”

석굴암 대공장이자 총감역이었던 아사달이었다.

김문권은 금강석을 횃불처럼 밝혀 들고 주실로 들어갔다. 김문권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은 동방의 빛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부신 빛의 발현에 눈을 가눌 수가 없었다.

김문권은 연화대를 밟고 부처님의 풍만한 무릎과 손을 밟고 올라갔다. 천장을 보니 세 조각난 연화문 천개석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김대성이 왜 천개석을 새로 다듬지 말고 깨어진 돌을 다시 맞춰놔라 했는지 그 오묘한 통합의 뜻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참된 참회와 회향의 마음으로 금강석을 꺼내 높이 들었다. 어두웠던 석굴에 먼동이 트며 환하게 밝아왔다. 본존불의 어깨 너머로 11면관세음보살상이 한 걸음 걸어 나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김문권은 금강석을 부처님의 정수리에 깊이 박았다. 순간 경직된 모습의 부처님이 활짝 웃으시며 풍만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김문권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네가 보시한 이 빛으로 이 세상은 계화와 자비의 광명으로 밝아질 것이다. 이 석굴암으로부터 자비의 빛이 나와 세상에 진정한 화해와 사랑이 넘치게 할 것이다.’

김문권은 황홀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어 바칠 때 환희와 감격의 눈물이 벅차올랐다. 석굴암에 백호광명 봉안식에 모인 사람들은 부처님이 뿜어내는 찬란하고 자비로운 그 눈부신 빛 앞에 모두들 쓰러지듯 엎어져 오체투지를 했다. 석굴암에서 뿜어져나온 백호광명의 빛은 온 누리와 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 본보 연재소설 ‘미인의 동굴’이 1097회를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이별을 고합니다. 장장 3년8개월동안 ‘미인의 동굴’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