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진으로 보는 울산이야기]빈농 아낙들 해조류 채취로 호구지책
27. 해초 따는 아낙네
갯바위 돌김·바닷말·조개류 등 캐내 내다팔아
2010-01-10 박철종 기자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마을 골목길 담장 아래나 울타리 밑에는 김을 가지런히 붙인 김발이 줄을 지어 서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집마다 김발은 수 십장씩 업담밑(토담집 좌우측 농기구 등을 놓아두는 곳)에 쌓아 두었는데, 야산에서 띠(茅·모)를 베어다가 그늘에서 잘 말린 다음 실(시울)로 엮어서 만든다.
돌김은 파도가 크게 일고 나면 큰 갯바위 위에 붙어 자라는데, 와이어나 가늘고 단단한 소나무뿌리로 만든 빗솔로 긁어서 채취했다. 갯바위에는 작은 고동과 따개비 등도 기어 오르는데 이것 역시 주워다가 반찬을 해먹기도 했다.
어느날 모씨네 집 며느리가 등대(지금의 대왕암) 쪽에 김을 따러(채취) 갔다가 따개비를 덤으로 조금 따와서 시아버지 상에 반찬을 만들어 밥상에 올려 드렸더니 찬이 없던 그 시절에야 별미로 얼마나 맛있게 드셨던지
그 다음날 아침 며느리에게 “등대 돌 따개비 사정(봐)주지 말고 따오너라”며 며느리에게 고마움을 전했단다.
시아버지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받은 며느리는 오히려 송구스럽게 여겨 그 다음날은 더 많이 따다가 맛있게 따개비 찜을 끓여 드렸더니, 시아버지는 연거푸 몇 그릇을 맛있게 드시고는 그날 밤 배탈이 나서 밤새 화장실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다음날 며느리에게 “등대 돌 따개비, 본동만동(본척만척)해라”라고 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당시의 화장실은 재래식으로 주로 집의 바깥이나 집의 한 모퉁이에 있었으니 엄동설한의 추운 겨울밤이 또 얼마나 길었을까.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