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옛 사진으로 보는 울산이야기]으슥한 고갯길 ‘도둑골’ 등 지명 붙여

28. 택호와 별칭
이름 대신 ‘강동댁’‘구신네’ 등 택호·별칭 사용

2010-01-17     박철종 기자
▲ 구당재 제공
옛날 울산 읍내장을 본부장(本府場)이라 불렀는데, 주변 여러 고을의 산물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들었다. 5일마다 서는 장날엔 우시장도 서는데, 처음에는 복산동에 있다가 성남동으로, 다시 내황으로 옮겨갔다. 우시장이 서는 곳을 소전걸이라 불렀다. 동구의 번덕마을, 전하동 일대의 사람들은 전하 산성이 있는 고래등산의 구당재를 넘어서 염포, 양정 앞의 대부둑길을 지나 명촌, 내황, 울산장터를 오갔다.

이렇듯 길고 한적한 고갯길에는 잦은 사고도 잇달았다. 창졸간에 강도가 출현하기도 하여 여럿이 모여서 고갯길을 함께 넘어 다녔다. 울산의 지명 중에도 여러 곳에 도둑골, 또는 도덕골이라는 지명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으슥한 고갯길이나 음침한 골짜기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또 옛날에는 사람 이름보다는 택호 또는 별칭을 많이 사용했는데, 재미있는 별칭들이 많다. 청송댁, 강동댁 같은 택호가 있는가 하면, ○도감네, ○호방네, 거짓팔네, 욕자네, 두부자네, 못나무네, 구신네, 고래늘기 등도 사연이 있는 별칭들이다.

어느 날 모씨가 소를 팔기 위해 울산장에 갔는데, 소전거리의 야바위꾼에게 홀려서 날름날름 소 판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올 길이 막막해진 모씨는 고민 끝에 소 한 마리 값을 벌 때까지 남 모르는 곳에 가서 머슴살이를 하기로 작정하고 그 길로 떠나 버렸는데, 사정을 모르는 집에서는 밤이 되어도 사람이 돌아오지 않자 장정들을 대리고 구당재를 넘어 울산장내를 샅샅이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무속(점바치)에게 점을 치기도 하고, 산골짜기, 저수지며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찾을 길이 없었다.
▲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장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자 중구절인 음력 9월9일에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수 해째 제사를 지내오고 있었다. 여느 해처럼 제삿날을 맞아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온 것 같아 나가보니 제사를 지내고 있는 그 아버지가 아닌가. 모두 귀신이 온줄 알고 무서워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러한 소동이 있은 후, 이 소문은 온 동리에 퍼져나가고, 그 집안사람을 일러 귀신네(구신네)라는 별칭이 붙여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