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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터치]CG로 창조된 아바타들 미래 영화 가능성 제시

(2)아바타

2010-01-31     박철종 기자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지난 일요일 필자도 영화 ‘아바타’ 1000만 관객의 한 사람이 되었다. SF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도 있었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아바타’ 열풍에 맹목적적으로 합류하는 듯하여 관람을 미루고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영화라고는 한 편 보지 않는 고교 동창과 술 자리에서 아직도 ‘아바타’를 보지 않았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나니 영화의 내용보다는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모이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영화관을 찾았다.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나고 그것도 일요일 마지막 시간이었음에도 적지 않은 객석이 모두 채워진듯 했다. 이 정도면 가히 ‘국민 볼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영화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또 예전에 보았던 영화의 줄거리와 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익숙했다. 여러 영화의 오마주라고 하기 보다는 짜깁기에 가까웠다.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의 문화와 가치에 동화되는 모습은 ‘늑대와 춤을’ 또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잔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그래픽과는 상반되는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 예를 들면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갈취하는 인간은 악하다, 처음에는 그런 인간이었지만 점점 옳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약자를 도와주는 주인공은 착하다 라는 공식에 한 뼘도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단순한 줄거리와 뻔한 영화 결과가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의 마술에 더 빠져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실사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CG와 전혀 어색함이 없는 3D 화면은 이런 문제점들을 잊어버리고 영화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소재 고갈에 따른 자원 재활용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과거의 뻔한 영화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 최고의 CG라는 화려한 옷을 입혔기 때문에 볼거리와 스토리 사이의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CG의 힘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SF 버전, 서부시대 버전, 현대 버전 등으로 버전만 바꿔서 영화가 재생산될 것 같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이렇게 된다면 영화는 자본력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상업주의의 결정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약간 어설픈 2D 애니메이션이지만, 스토리와 주제가 있어서 감동을 주었던 영화들이 그리워진다.

또한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상업주의의 특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영화 ‘아바타’가 혹 상업성을 위해 ‘자연 보호’라는 주제를 너무 쉽게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도 든다. 만약 그렇다면, 이 영화의 성공은 자본력의 성공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력의 성공은 아닐 것이다. 자본력이 상상력을 집어삼킬 때, 영화에서 말하려는 메시지에 진실성을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눈은 즐거웠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던 것이 혹 이런 것에 의한 것은 아닐까. 여기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영화 ‘아바타’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G에 의해 창조된 주인공, 아바타들도 실제 배우 못지 않게 감동을 주었다는 사실은 미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래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상의, 하지만 가장 완벽한 배우가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연기를 한 영화가 만들어져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할 정도로 감동을 줄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평 조차 시간을 갖고 평가하여야 하며, 영화를 통해 앞으로 영화의 방향을 생각하게 하고 여러 과제를 함께 던져준 ‘아바타’는 영화 자체를 떠나 영화사의 또다른 지평을 세운 이정표가 될만 했다.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