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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22년째 기타줄 만지작…아직도 흥분 ”

1-밴드 베이스 기타 주자 김명호씨
80년대말 친구들과 그룹 결성
태화강변 트레일러 공연 감동
후배들 위한 연습실 등 마련
“평생하는 음악 자체가 행복”

2010-02-02     전상헌 기자
▲ 울산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호씨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다이나믹 듀오, 드렁큰 타이거, 배치기, 부가킹즈 등 요즘 대중매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가수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예전에는 모두 언더그라운드 가수, 즉 클럽에서 활동하던 가수였다.

울산에도 이런 ‘흙 속에 숨어있는 진주’ 실력파 가수들이 무수히 숨어 있다. 미래의 ‘서인국’을 꿈꾸는 울산의 언더그라운드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한다.

편집자주

“음악으로 큰 성공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베이스 기타 주자 김명호(46)씨를 주위사람들은 ‘반지하 제왕’이라고 부른다. 연습 공간이 없어 항상 지하실에서 음악을 해온 탓에 생긴 별명이다. 이런 그가 이제 번듯한(?) 연습실을 갖춘 뒤 지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김씨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1988년 음악에 미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친구들과 함께 ‘넋을 모아’라는 그룹을 결성해 중구 우정동 옛 청아예식장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소박한 무대였지만 합숙까지 해가며 공연을 하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김씨는 “첫 공연이 있고 일 년쯤 뒤 태화강변 롤러스케이트장에 트레일러를 붙여놓고 800여명의 관객 앞에
서 야외공연을 펼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TV광고에 나왔던 트레일러 위 공연을 실제로 펼쳤다는 것과 ‘시나위’ ‘백두산’ ‘들국화’의 곡은 물론 자작곡까지 관객들과 함께 부른 감동 때문에 아직도 음악을 못 버린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 음악을 하던 동료들은 목사로, 디자이너로, 혹은 밤무대 가수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반지하 제왕’으로 남아 있다.

“사실 젊은 시절 먹고 살기 위해 몇 번 밤무대에서 공연도 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라 그만 뒀죠. 그래도 클럽문화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일본으로 떠돌다 결국 울산으로 돌아와 후진을 양성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김씨는 사비를 몽땅 털고 부족한 부분은 주위의 도움을 받아 남구 신정동에 후배들을 위한 연습실을 만들었다. 자신이 음악을 하면서 겪은 반지하의 설움을 후배들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연습실과는 별도로 누구나 일년 정도 악기를 배우면 열정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중구 태화동에 학원도 마련했다.

“언더그라운드와 대중음악은 프로야구로 따지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해요. 즉 음악이라는 것은 언제든 쉽게 불을 피울 수 있는 작은 불씨같은 존재라고 보는 거죠.” 그가 바라는 소망은 또 한 가지. 연습실과 더불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김씨는 “연습만 하는 공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뽐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야 진정한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울산도 영국이나 독일처럼 폐공장을 이용한 공연장을 얼마든지 만들 공간이 있고 그 비용이나 관리는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