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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잘 나가던 미술학도 색소폰과 20년 외도”

2. 7인조 재즈밴드 ‘블루터틀’ 색소폰 연주자 박진호씨
울산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2010-02-17     전상헌 기자
우연히 들은 색소폰 음색에 매료
일본 재즈 전문학교 4년간 공부
서울서 가수 밴드 세션으로 활동
연습실 벗어난 거리음악 계획도
▲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 음악을 평생 즐기면서 살아가고 싶은 색소폰 연주자 박진호씨가 아무리 피곤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가 영양제(?)를 공급받는 자신의 연습실에서 평생 반려자라고 생각하는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aykt6.com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한순간의 쾌감을 위해 늘 연습을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저는 직업이 있으니까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요?”

7인조 재즈밴드 ‘블루터틀’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는 박진호(41·북구 진장동)씨는 이런 말을 하고 있지만 그도 처가가 있는 울산에서 자리잡고 직장생활을 한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는다.

박씨가 처음 색소폰에 흥미를 느낀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수업을 빼먹고 서울 종로 낙원상가 악기점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들려온 색소폰 음색에 빠지면서 부터다.

그는 “모 대학에 이미 특례입학이 결정됐을 정도로 잘 나가던 미술학도였는데 불지도 못하는 색소폰 음색에 빠져 매일같이 악기점에 들렀다”며 “그때는 학원도 없어서 나중엔 악기점 사장의 소개로 신광식 선생님에게 정식으로 배우면서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대학도 서울예술대학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서울예술대학에서 한 학기를 버티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재즈 전문학교에서 4년간 재즈에 대해서만 공부했다.

“그 당시에도 음악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20년이 넘게 색소폰을 불었지만 아직도 어려워요. 일 주일을 연습하다가 하루만 쉬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60~70대가 돼도 이 느낌 그대로 일 것 같아요.”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는 10년 전 처가인 울산에 정착하면서 음악을 그만 두려 했다. 결혼생
활과 음악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포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일은 색소폰 연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중지(中指)를 자르는 것이었다.

박씨는 “더이상 색소폰을 연주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에 손가락을 뺐지만 끝부분이 살짝 잘렸다”며 “음악을 포기할 수 없어 아픔도 잊은 채 손가락을 감싸고 바로 병원으로 뛰어가 8시간 접합수술 끝에 손가락을 붙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아직도 미스터리. 가족이 있기 때문에 박씨의 전부라고 할 수도 없고, 평생 함께 할 동반자이자 자신이기에 전부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도 없는 존재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음악이 있어 그가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는 가수 이승환과 박상민의 밴드나 ‘이소라의 프로포즈’ 프로그램에서 세션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7인조 재즈밴드 ‘블루터틀’로 활동하고 있다. 똑같은 언더그라운드지만 달라진 것은 ‘가수 누구의 밴드’의 일원이 아닌 ‘블루터틀’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올해는 악기를 틀고 중구 학성동에 있는 ‘블루터틀’ 연습실이 아닌 거리로 나와 음악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정자해변’ ‘울산대공원’ ‘젊음의 거리’ 등 번듯한 공연장이 아니라도 고등학교 시절 박씨가 그랬던 것처럼 음악이 흘러나오면 주위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면 팀원들과 함께 공연을 펼칠 생각이다.

박씨는 “돈이 안되더라도 팀원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하다”며 “여기에 더 많은 무대가 생겨 울산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