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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터치]균형감 돋보였던 잔잔한 영화

(3) 의형제

2010-02-28     박철종 기자
‘남과 북’이라는 우리의 분단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지루한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터뜨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이야기꾼의 입장을 살아간다면 항상 전쟁의 위험과 서로 다른 문화와 체계 안에서 서로를 적당히 무시하고 지내는 우리의 분단 현실 만큼 좋은 이야깃거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남과 북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남과 북을 소재로 한 영화는 거의 항상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웠다. 예를 들면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은 유치할 정도로 가벼웠고, 영화 ‘쉬리’는 그럴 필요없이 무거웠다. 아마도 오랜 분단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내성에 의해 웬만한 자극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의형제’는 색다르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좌파, 우파로 나눠 이념몰이를 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상투적인 갈등이나 신파적 요소를 부각시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기존의 영화들이 보였던 오버도 없다. 액션도 있지만, 영화의 주된 흐름은 자잘한 에피소드들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식 의형제를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작전 실패로, 소위 잘려서 흥신소로 연명하는 전직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 분)와 버림받은 남파 간첩 송지원(강동원 분)이 서로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지만, 현실적 필요에 의하여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 대하여 알아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 뿐이다. 오히려 영화의 거의 말미까지 남과 북, 이한규와 송지원은 서로 믿지 못하면서 어쩌면 상대방으로부터 받을지도 모르는 상처의 크기만 셈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믿지 못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자기가 받을 상처를 조금씩 더 허락하면서 의형제의 모습을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한마디에 실어서 어렴풋하게 그려낸다. 예를 들면, 추석을 맞이해서 차례를 드리면서 이한규가 송지원에게 던지는 “요즘은 북에서도 제사 지낸다며?”라는 뜬금없는 대사를 통하여 무너지고 있는 두 사람간의 벽을 관객 스스로 느끼게 한다.

오히려 이런 부족한 임팩트가 소통과 교류를 설명하는데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서 감독은 의형제라는 소재를 빌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허물고 유지해야 할 인간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으로 인해서 받을 자신의 상처나 손해를 조금씩 자기의식에서 지워가는 과정 중에 흐르고 있는 두 남자 간의 감정을 의형제라는 단어로 형상화 한 건 아닐까. 기대보다는 너무 잔잔하여 영화를 보는 사람의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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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 따라서는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이 영화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사족으로, 능청스러운 ‘송강호’표 연기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전작에 비해 많이 성장하여 배우 틀이 잡인 ‘강동원’은 이젠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그의 성장한 연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구나 하는 안쓰러움이 든, 어쩌면 현재로서 그에게 필자가 보낼 수 있는 최고의 평가를 보내 본다.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