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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인문학강좌]상호소통 통해 여성가장에 희망 불씨 지펴

<제5강> 대화와 글쓰기의 치유적 성격
한부모 가정 여성가장들 ‘엄마’ 테마로 대화
가슴 속 묻어둔 이야기 통해 눈물 흘리며 소통
자녀교육 최대 관심…대학·사회 차원 지원 필요

2010-03-01     박철종 기자
▲ 지난해 경남 밀양에 거주하는 일본인부녀회의 주최로 열린 다도체험 행사 장면(기사의 특정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화요일은 동구로 가는 날이었다. 동구에 거주하는 한부모 가정의 여성 가장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울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시민인문강좌 일환으로 그녀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희망대학이라는 이름하에 수업은 10주 동안 진행했다. 사실 국문과 교수가 아닌 필자가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과제였다.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용기를 내어 이 수업을 맡았던 것은 동료들로부터 적지 않은 충고와 격려도 있었지만, 그보다 나에게 확실한 자신감을 주었던 것은 필자 자신이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여 혼자서 가정을 꾸리며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여성 가장들은 지나간 어린 시절의 필자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글쓰기였다. 학창시절이 훌쩍 지난 수강생들에게 있어서 글쓰기 자체가 곤혹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상호 소통을 통한 희망 찾기라는 커다란 목표를 삼고, 둘째, 글쓰기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며, 셋째, 되도록 꾸미지 않은 소박한 말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넷째, 모든 주제에 대해 쏟아내는 상대의 이야기는 존중하며 귀를 기울여 듣고 토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칙하에 수업내용도 여기에 맞추어 짜여졌다. 상호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의 어머니와 끊어버리고 잊고싶은 인연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글쓰기로 하였고, 또 희망 찾기를 위한 주제로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이야기,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옛날이야기와 창작 동화를 선정하여 읽고 토론하며 글쓰기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여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 ‘죽음과 나를 위한 잔치’라는 주제를 정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일본의 기모노 체험교실과 다도의 시간을 가졌으며, 또 영화감상이라는 문화교실도 별도로 두었다.

이와 같이 수업이 진행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상호소통을 위한 테마인 ‘엄마는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것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더욱 그러했다. 글쓰기에 앞서 모두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엄마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슴 속의 인물인가 보다. 우리는 그날 엄마를 생각하며 한 없이 같이 울었다. 그 때 우리의 울음은 지금까지 서먹서먹했던 두터운 벽을 무너뜨리고 소통을 위한 커다란 강이 되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을 가슴 속에 꼭꼭 묻어두고 남에게 표현하지 않았던 마음을 하나둘씩 바깥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가운데 뛰어난 이야기 재주꾼은 참으로 많았다. 말을 내뱉기만 해도 우리의 웃음보를 터지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나도 슬픈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해학스럽게 표현해 내는 남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었고, 또 굳건한 종교적인 신념으로 고난을 견뎌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모임이었기에 풍부한 인생의 경험과 사고가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누가 자신의 문제를 던지면,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여 명쾌하게 정확한 해답을 찾아갔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집단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희망은 물론 건강한 사회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수업을 하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여성 가장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가슴에 담고 살고 있는지, 또 그들이 얼마나 건전하고도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들이 이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성 가장들은 모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바쁘다. 어떤 이는 바쁘게 일을 마치고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는 이를 미리 대비하여 울산대학생 자원봉사자로 하여금 수업시간 동안에 아이들을 돌보게 했다. 자원봉사 학생은 아이들과 서로 대화도 나누고, 숙제를 도와주기도 했다. 이를 통하여 필자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여성가장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들의 자존감을
▲ 노성환 울산대학교 일본어·일본학과 교수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교육에 있었던 것이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자식을 통해 희망과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이들의 아이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대해 대학이 노력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대학에 있어서 약간의 노력이 이들에게는 엄청난 큰 일이 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는 날 비로소 여성 가장들은 아픔으로 응어리 진 가슴을 쓸어내리고, 희망이란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될 것이다.

노성환 울산대학교 일본어·일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