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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색박물관]술의 역사·문화 전시 세계 술박물관

6.충주 리쿼리움
와인·맥주·동양주 등 역사·제조법 소개…각종 체험프로그램도

2010-03-07     박철종 기자
▲ 충추 리쿼리움 전경.
충북 충주 남한강 주변은 문화유적 보물창고 중 한 곳이다. 삼국시대 영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군사·지리적 요충지였다. 국보 제6호 중원탑평리칠층석탑(중원탑)과 국보 205호 중원고구려비가 있고, 삼국~고려시대에 걸쳐 조성된 200여기의 고분이 모인 누암리 고분군, 신석기~청동기시대 마을 흔적인 조동리 선사유적지, 악성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다루던 탄금대가 있다. 그리고 충주지역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중앙탑공원의 충주박물관이 충주문화권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충주 탄금호 중앙탑공원에 터를 잡아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는 리쿼리움. 리쿼리움(liquorium)은 리쿼(liquor:술)와 리움(rium:전시관)의 합성어로 술 박물관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유명한 술 생산 국가에는 여러 종류의 술 박물관이 있다. 프랑스의 와인박물관, 독일의 맥주박물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박물관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술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전시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위스키·제조·보관유지 전문가 ‘마스터 블랜더’ 중 한 명인 이종기 박물관장이 30여년간 준비한 끝에 지난 2005년 문을 열었다.

리쿼리움은 지하 1층, 지상 1층의 2개 층에 와인관·오크통관·맥주관·동양주관·증류주관·음주문화관·음주체험관 등 7개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리쿼리움은 들머리부터 술 공부를 하게 만든다. 스코틀랜드에서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제조에 실제 사용했던 1차, 2차 증류기가 손님을 맞는다. 증류기를 분해한 뒤 배로 싣고 와 설치한 것이다. 매표소를 거쳐 지하 1층 전시관 입구로 다가서면, 각국의 오크통 46개를 쌓아 삼각형 탑 모양을 이룬 문이 보인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와인관을 거쳐 맥주관, 증류주관 등을 차례로 만난다. 고대 술 제조·보관 용기에서부터 나라별 유명 와인·맥주·위스키 등과 그 역사, 제조법, 평가방식, 보관방법과 시설들이 전시돼 있다. 실물과 도표를 적절히 배치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자연스레 와인에 대한 상식과 깊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지중해 지역에서 쓰던 와인 저장용기 암포라, 청동제 한나라시대 술병, 19세기 영국에서 사용하던 알코올농도 측정용 비중계 등이 이채롭다.

매표소에서 미리 신청하면 전시실을 돌며 학예사로부터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술에 관해 해박한 사람도, 술과 담을 쌓고 지내는 문외한도 기본상식을 다지고, 새로 배우고 익혀 나가게 된다. 발효 전에 브랜디를 첨가해 당도와 도수를 높인 포트와인, 레드와인과 화인트와인을 섞어 만드는 핑크빛 로제와인, 역시 브랜디를 첨가해 만드는 고급 식전주 셰리와인, 프랑스 샹파뉴지방 제품 샴페인으로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 등의 제조법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각 나라별 와인의 특징과 분류법, 원산지 등급 매기기에 이르면 ‘신의 물방울’로 표현되는 와인의 복잡다단한 세계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벽면에는 각양각색의 코르크 따개(코르크 스크루), 병따개 등이 빼곡이 전시돼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오래된 것들 중엔 한쪽 끝에 붓처럼 부드러운 솔이 달린 것들도 있다. 따다가 코르크 마개가 부서질 경우 병 주위에 묻은 부스러기를 솔로 털어냈다고 한다. 1720년대에 생산된 술병 등 술병의 변화과정, 오크통 제작과정, 테이블 매너 등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육중한 무쇠로 만들어진 후프 드라이버는 오크통 철판 테두리를 조이는 기계다. 무거운데다 설치가 어려워 전시관을 만들 때 이 기계를 먼저 갖다놓은 뒤 지붕을 덮고 천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전시물이 ‘천사의 몫’이란 이름이 붙은, 오크통 속 위스키 숙성과정을 재현한 것이다. 오크통에 첫해, 12년, 17년, 21년 등 숙성 햇수별로 위스키를 담아놓고 구멍을 통해 향기를 맡아보도록 했다. 오랜 숙성과정에서 알코올이 증발하며 양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이를 ‘엔젤스 셰어’(천사의 몫)라 부른다. 위스키 주요 생산지인 스코틀랜드에 천사가 많이 산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자신의 술버릇을 알아볼 수 있는 놀이시설도 있다. ‘나의 음주습관 사다리 타기’에서 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자신이 즐기는 방식대로 따라 내려가면 ‘진정한 풍류객’은 골든벨을 울리고, 버릇이 안좋아 ‘경을 칠 사람’은 징을 치게 된다. 전시관을 다 둘러본 뒤엔 음주문화·예절 체험관에서 와인을 맛보며 관람을 마무리한다.

이밖에도 술과 발효, 음주문화에 관련된 체험·교육 프로그램인 와인스쿨, 막걸리학교, 청소년 음주예방 학교, 셀프와인만들기, 막걸리 빚기, 발효과학체험, 발효 빵·떡 만들기, 칵테일 만들기(알코올·무알코올), 아로마 향초 만들기 등을 운영한다. (043)855·7333.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