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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색박물관]수원 화성 ‘공심돈’ 모티브로 건축

7. 등잔박물관
생활·역사 속 등잔과 함께 다양한 민속품 선보여

2010-03-14     박철종 기자
▲ 한국등잔박물관 전경.
등잔은 예부터 어둠을 밝혀주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오는 순간 소중했던 등잔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으로 치부되었다.

이를 안타까워 했던 김동휘 초대 관장은 아버지 때부터 모아왔던 등잔과 민속품을 한 자리에 모아 1997년 등잔박물관(www.deungjan.or.kr)을 개관했다.



박물관 등을 주로 건축한 명지대학교의 김홍식 교수가 설계한 등잔박물관은 수원 화성의 성곽과 정조의 명을 받아 정약용이 지은 군사시설물 공심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적들을 향해 화살을 쏠 수 있는 공심돈의 작은 구멍은 오늘날 등잔박물관에서 창문이 되어 따사로운 햇살을 비춰주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등잔박물관이 이렇듯 수원 화성을 재현하고 있는 까닭은 김동휘 초대 관장을 비롯해 그의 아들인 김형구 관장 모두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또한 정조가 현릉원에 왔다가 잠시 머물렀던 행궁이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완전히 붕괴된 후 오늘날 다시 복원되기 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았던 김 관장이 수원의 행궁을 복원하듯 화성의 공심돈을 등잔박물관 안에서 복원시킨 것이다. 그로 인해 등잔박물관은 용인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수원의 정서와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공심돈을 닮은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1·2층으로 구성되었다.

1층 전시실은 ‘생활 속의 등잔’을 주제로 해서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등잔이 어디에 위치하고 또한 어떻게 쓰였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했다. 식생활 공간, 찬방, 사랑방, 안방 등의 공간 속에 당시 등잔과 함께 사용되었던 여러 가지 민속품들을 갖춰 전시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2층 전시실은 ‘역사 속의 등잔’과 ‘아름다움 속의 등잔’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역사 속의 등잔은 등잔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각 시기의 대표적인 등잔들을 재질 및 용도에 따라 구분해 시대별로 전시했다. 아름다움 속의 등잔은 문양 및 기법이 개성있게 표현된 대표적인 등잔을 분류해 서로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한 장식의 장인(匠人) 작품에서부터 일반 서민들이 대충 깎아 만든 듯한 소박한 것까지 다양한 등잔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특별기획실이 마련되어 있다. 특별기획실에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그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한층 재미를 더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각종 공연이 이뤄지는 지하 1층과 특별전시와 카페테리어 공간으로 활용되는 3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회색빛의 공심돈과 대조된 조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공심돈이 철옹성 같은 존재라면 지하 1층과 3층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임을 의미한다. 뒤이어 농기구가 전시된 농기구 전시장도 훈훈한 우리네 조상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자연석과 다양한 종류의 나무, 그리고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야외 전시장도 등잔박물관의 이색적인 볼거리 중 하나이다.

김동휘 초대 관장과 김형구 관장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깃든 유물을 영원히 겨레의 품에 남기고자 등잔박물관을 재단법인화시켰는데 그들의 큰 뜻 아래, 어둠을 밝히던 등잔이 이제는 온 세상을 환히 밝혀줄 것만 같다. (031)334·0797.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