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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시행 어떤 변화 올까]전임자 수 급감 노동운동 위축될 듯

창간21주년 특집

2010-05-13     신형욱 기자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현대차노조 전임자 220명에서 24명으로 대폭 축소 반발

투쟁보다 복지 우선…복수노조 조합원 확보경쟁 심할듯

현대중노조 재정 자립 합리적 노조로의 성공 여부 주목



오는 7월부터 적용될 노동조합 전임자가 유급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 인정 범위가 결정되면서 노동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노사관계의 판을 주도해온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 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노동운동 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간 대립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어찌됐든 노조가 현재 수준의 전임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조합비를 더 걷을 수도 있지만 조합원들의 반발 가능성이 높아 노조도 경영합리화를 통해 군살빼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변화는 더딜 것이라는 예상이다.



단일 사업장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를 핵으로 국내 노동운동 판도를 주도해온 울산의 경우 역시 이번 진통의, 변화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또 한때 국내 강성노동운동의 대명사에서 온건·실리노선을 표방하는 합리적 노조로의 성공적 변신모델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시대에 대비해 마련해온 자구안의 연착륙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노조 조직 축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유급 노조전임자 수가 줄어들면 노조들이 전임자 수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확정된 타임오프 한도는 전임자 1명이 연간 2000시간 풀타임(하루 8시간×근무일수 250일)으로 노조일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최저 0.5명(노조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대 24명(4만명 이상 사업장)까지 부여됐다.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8시간을 1명이 사용하지 않고 여러명이 쪼개어 사용하는 경우)을 활용할 경우 전체 활용인원은 300인 미만 사업장은 풀타임(연간 2000시간) 전임자를 기준으로 3배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으며,300인 이상 사업장은 2배수를 넘을 수 없도록 활용한도를 제한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민주노총, 특히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노조 산하 지역 사업장 노조의 전임자 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임자가 220여명(노조는 90여명 주장)인 현대차 노조의 경우 90% 가까이 줄어든 24명만 회사 지원을 받게 된다. 파트타임으로 쪼개 써도 48명까지만 유급 대상이다. 이것도 2012년 7월이면 풀타임은 18명(파트타임 기준 36명)으로 줄어든다. 파트타임까지 모두 합해도 회사측이 지원하던 전임자 수는 190여명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 산하로 6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는 고강알루미늄지회(조합원 140여명)나 한국프랜지지회(〃 410여명, 전임자 8명), 세종공업지회(〃 500여명, 전임자 7명) 등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해온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단협 전임자 55명에 임시상근자 30여명까지 합하면 사실상의 전임자가 85명에 달했으나 앞으로 15명만 유급전임자로 인정받는다. 타 업종에 비해 전임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화업계의 경우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급 전임자가 없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전임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전임자 축소는 더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의 단협 유효기간이 내년 3월까지여서 이때까지는 현행 전임자가 유지되는데다 처음부터 무 자르듯이 전임자를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요인이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타임오프 한도의 예외규정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산업안전법이나 근로자경영참여법 등에 규정된 노사공동업무의 경우 타임오프 한도 외에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별도의 유급노조활동시간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한국노총에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 보전과 관련 사업주가 2년간 한시적으로 기금 등을 출연,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직접 지원키로 한 것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노동계 반발 속 변화 불가피

근면위의 타임오프 한도 설정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조합원수 4만6000명 대비 울산, 전주, 아산, 남양, 판매, 정비, 모비스 등 전국에 산재해 있는 조직체계에서 90여명의 상근 인력으로 일상적인 현안 업무를 추진하기에도 빠듯한데 전임자 수를 18명까지 줄이라는 것은 노조의 간판을 내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워낙 확고해 전임자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조합원들은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전임자 축소를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처럼 전임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반조합원들이 더 많은 조합비를 내야 하는데 조합비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해 오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최근 산하 노동문화정책연구소를 통해 벌인 ‘노조 재정자립 방안 마련 조합원 설문조사’에 응한 1441명 중 60.7%가 ‘노조가 전임자 임금 확보를 위해 각종 수익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조합원들은 노조가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인상폭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라는 질의에, 73.7%가 설문에서 제시된 최소 인상폭인 0.3~0.5%가 적당하다고 답해 별도의 재정 자립 없이는 전임자의 대폭 축소는 필연임을 예고했다.



◇노조활동 조합원 복지 중심으로

노조 임금지급 금지로 노조는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 이익을 위해 정치투쟁과 상급단체 파견보다는 조합원 복지와 고충처리 등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합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두차례에 걸친 경기불황 등으로 투쟁보다는 복지와 고용 등을 우선 가치로 여기는 조합원 정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7월 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중간관리자 대상의 노조가 설립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예측이어서 전임자 수 확보는 물론 교섭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치열한 조합원 늘리기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를 주축으로, ‘조합원을 섬기는 현장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과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새희망 노동연대가 양대 상급단체 체제를 깨뜨리고 제3노총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조합원 늘리기 경쟁은 한층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노조가 재정자립기금 마련을 위해 직접 수익사업에 뛰어드는 모습도 멀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재정자립을 위해 사내사업으로 식당이나 오토바이 수리점, 사외사업으로 주유소, 후생관 운영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재정자립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타임오프와 조합비에만 의존하는 자신들의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시선이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