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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눈빛만 봐도 통하는 라이브 밴드”

8. 그룹사운드 ‘시나브로’

2010-06-09     전상헌 기자

멤버 2명 1979년 그룹 결성
30년간 끈끈한 음악 활동
정 많은 도시 울산에 정착
월드컵 응원전 무대서 공연
“라이브 음악에서 은은한 광채가 나오는 것 아세요?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운 라이브 음악이라는 보석 속에 서 있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고 행복해요.”

1979년 어느 날, 김시정(56·기타·메인보컬)·김홍연(53·드럼) 씨는 조금씩 천천히 음악을 해 나가자며 그룹사운드 ‘시나브로’를 결성했다. 그후 거쳐간 멤버는 많았지만 이 두 사람은 ‘시나브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4년 전 한경수(53·키보드)·김태길(47·베이스) 씨가 합류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멤버로 고정되기 전까지는 여러 사람이 거쳐 갔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여길 거쳐 간 사람들이 더러 전국적으로 ‘시나브로’라는 이름으로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무대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안부를 묻고 있죠.”(김홍연)

사실 시나브로가 30여년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요즘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라이브 만이 음악이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음악은 ‘기계음’일 뿐이죠. 립싱크는 말할 것도 없이, MR(반주음악)을 틀어놓고 가사만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도 반쪽 짜리 라이브라고나 할까요.”(김시정)

▲ 10년에서 30년 가까이 함께 그룹 생활을 해오며 눈빛만 봐도 어떻게 연주를 할 지 알고 있는 그룹사운드 ‘시나브로’ 멤버 김태길(베이스), 김홍연(드럼), 김시정(기타·메인보컬), 한경수(키보드)씨가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aykt6.com


이들이 생각하는 라이브 공연은 기타·베이스·건반·드럼 등의 악기 소리와 가수의 목소리가 순간적인 감정의 리듬에 따라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즉 가수의 기분이 우울한데 MR에서 나오는 경쾌한 리듬에 따라 밝은소리를 낸다고 좋은 음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음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지만 시나브로 창단 멤버 2명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였던 리더 김시정씨는 합숙소 옆에서 연습하던 밴드부에 놀러갔다가 그 길로 미치다시피 음악에 매료됐고 졸업 후 곧바로 미8군에서 밴드생활을 시작했다. 드러머 김홍연씨는 군악대에서 쟁쟁한 선임들에게 배우며 매력에 빠진 드럼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또 모두 울산에 연고가 없지만 제2의 고향인 울산에 푹 빠져 있다.

“음악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불러주는 무대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지 네 명이 방랑자처럼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울산이라는 도시에서 느껴지는 ‘정’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에 모두 정착하기로 했죠. 그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한경수)

이들이 느낀 정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몇 해전 야외공연 도중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데도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호응해 주는 울산시민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한다. 게다가 2008년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었던 단독 콘서트는 800여명 관객이 입추 여지없이 가득찬 가운데, 함께 함성을 지르고 박수치며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이제 정말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지금은 라이브를 선호하는 무대가 울산에는 없어서 요즘은 매일 마산까지 오가고 있지만 조만간 울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질 거라고 반드시 믿고 있어요. 그리고 ‘시나브로’는 실버밴드가 될 때까지, 제가 리더를 할 때 쭈~욱 갑니다.”(김태길)

라이브 음악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을 고집하는 ‘시나브로’의 공연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주말 울산에서 마련된다. 오는 12일 오후 8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울주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예선경기 응원전에 앞선 축하무대 자리다. 또 17일 오후 8시에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같은 장소에서 또 한 번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