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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있는 교과서 속 문화탐방]옛길, 폐광, 폐선로…옛 정취 가득한 가족여행 1번지

5가족여행에 안성맞춤 문경

2010-06-22     홍영진 기자
‘문경’ 일원은 필자가 가족여행 1번지로 자신있게 추천하는 곳 중 하나다. 문경새재를 걸으며 가족들과 가벼운 산책을 하고, 석탄박물관을 통해 우리나라 석탄사용의 역사와 광부들의 애환을 경험할 수도 있다. TV드라마 촬영장을 둘러본 뒤에는 레일바이크를 지치며 수려한 주변 경관까지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만한 경사의 새재길, 아이들과 산책 안성맞춤
폐탄광 이용한 석탄박물관·드라마 세트장도 볼만
국내 최초 철로자전거 예약 안하면 탈 엄두 못내

◆ 장원 급제길 문경새재 넘기

지난달 한마음 교과서 탐방을 통해 문경, 특히 한자로 ‘조령’ 이라고 부르는 새재길을 찾아가 보았다. 새재
▲ 폐선로 위를 달리는 국내 최초의 철로자전거는 어느새 문경 여행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라는 명칭은 ‘새도 넘기 힘든 험한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를 찾을 수가 있는데, 이러한 명칭에 비해 문경새재 고갯길은 옛날 선비들과 상인들이 즐겨 찾았고, 길의 정비가 잘 되어있다. 그래서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여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도 무리없이 넘을 수 있는 완경사로서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탐방객이라면 적극 추천하고픈 산책길이기도 하다.

우선 우리가 다녀온 문경은 ‘들을 문(聞)’에 ‘경사로울 경(慶)’으로 ‘경사스런 소식을 듣다’ 라고 뜻풀이를 할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영남지역 양반들이 과거를 치르기 위해 지나는데 주로 사용하였던 길이 새재길이었기 때문이다.

문경은 지리적으로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으로 ‘영남의 관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새재길은 영남대로의 중심에 위치하는 길로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길의 최단거리를 이루는 길이었다.

▲ 문경새재길 초입에 자리한 옛길 박물관.
부푼 꿈을 안고 과거길에 오르는 영남의 선비들은 굳이 이 길을 고집하였다고 한다. 조령의 윗고갯길로 죽령이 있고, 아래로는 추풍령이 있었지만, 대체로 새재길을 택하여 한양으로 향하였다고 한다. 이는 우스갯소리로 전해져 내려오는데 죽령으로 넘어가면 ‘시험에 죽죽 미끄러진다’고 하여 길을 돌아왔으며,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하여 먼 길을 다시 돌아 문경새재 길을 택하여 지나갔다고 한다.

문경새재 길의 첫머리에는 거대 선비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선비상을 지나면 커다란 박물관이 눈에 뜨인다. 박물관의 테마는 ‘길’이다. 과거급제 길을 오르는 선비의 보쌈에서부터 보부상이 다녔던 길,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길 등을 테마로 하여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문경새재는 영남대로의 주요 관문으로서 총 3개 관문이 있다. 3개의 관문을 모두 넘으면 충청도로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새재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다면 총 소요시간이 5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루종일 걷기운동을 할 생각이 없다면 1관문을 지나 문경새재 KBS 촬영 세트장까지만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가족과 손잡고 천천히 왕복한다면 넉넉히 1시간 반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기에 적당히 산책여행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 연탄모양의 석탄 박물관을 둘러보자

문경새재에서 가은 방면으로 가다 보면 문경 석탄박물관이 있다. 무연탄을 생산하던 탄광이 폐광되어 그 자리에 석탄박물관이 들어선 것이다.
▲ 가은오픈세트장의 고려 궁궐들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지어졌다.


석탄을 재료로 만든 연탄은 지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표적인 가정용 연료로 쓰여지면서 이곳 문경일대는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접어들어 석유와 천연가스, 원자력 에너지 등이 연탄을 대체함에 따라 석탄은 주로 발전용이나 공업용 원료로만 쓰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경의 탄광도 문을 닫게 되었다.

석탄박물관에서 공룡시대부터 이어온 석탄의 생성에서부터 광물의 종류, 광부들의 고된 탄광일과와 그의 가족들의 생활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문경 석탄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탄광의 갱도를 활용한 야외 전시장이 있다는 것. 야외 전시장에서는 석탄을 캐는 데 실제로 사용했던 공구와 객차, 광부들을 실어 날랐던 인차 등을 볼 수 있다. 갱도 입구 옆에는 진폐증으로 죽어간 광부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있으니 고개 숙여 묵념을 올리고 갱도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 모노레일을 타고 가은 촬영세트장으로

모노레일카 매표소부터 촬영장까지 330m 구간에 운행되는 모노레일카를 타면 석탄박물관 모습은 물론 멀
▲ 가은오픈세트장을 찾은 아이들이 투호를 즐기고 있다.
리 문경의 명산 대야산까지 볼 수 있다. 모노레일 탑승시간은 15분 간격으로 왕복운행한다.

석탄박물관 바로 옆에 세워진 가은오픈세트장은 답사와 충분한 고증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세트장이다. SBS 드라마 ‘연개소문’ 촬영 세트장으로 지어졌으며, ‘대왕 세종’과 ‘일지매’ 등이 촬영되었고, 얼마전에 ‘천추태후’의 촬영을 마쳤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지었다는 고려 궁은 플라스틱ㆍ합판 등을 이용한 간이건물이 아니라 진짜 기와와 돌계단 등을 사용해 지은 세트장이라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석탄박물관에서는 모노레일을 운영한다. 매표를 할 때 모노레일을 탑승할 경우와 미 탑승시로 나눠서 매표소가 다르게 지정되어 있다. 처음 가게 되면 매표소가 헷갈릴 수가 있으니 잘 보고 매표하여야 한다.



◆ 슬픔을 이겨낸 지혜 ‘철로자전거’

철로 자전거는 두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으로 움직이는 무공해 이동수단이다. 브레이크와 기어도 장착돼 있어서 안전하다. 현재 운행되는 철로자전거는 50대가 운행된다고 한다.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줄 때마다 강바람은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산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 준다. 진남역 방면 노선에서는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즐거움을, 가은역 방면 노선에서는 터널 통과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즐거운 철로자전거 뒤에는 문경의 어두운 과거를 이겨내고 일어난 지혜가 숨어있다. 문경은 석탄 산업이 활발하던 고장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 탄광들이 문을 닫아버리자 기차 운행도 멈춰버렸고 기찻길은 녹슬어갔다. 문경시도 활기를 잃어갔다. 그러다 한 시민의 제보를 통해 시에서는 ‘철로자전거’ 라는 폐선의 관
▲ 이석민 현대예술관 문화기획과 교과서탐방 운영자
광자원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철로자전거 한 대가 개발되었다. 그런데, 너무 무겁고 의자와 페달이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았다. 그 후 10여 차례 개선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시범운행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유료로 운행되고 있다. 이처럼 문경시에서 국내 최초의 철로자전거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전남 곡성, 강원도 정선 등에서도 이곳을 배우러 왔다고 한다.

문경 최고의 여행자원인 철로자전거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타기가 어렵다. 전화예약도 안 된다. 최초 30여대에서 50여대로 늘렸지만, 밀려드는 인파로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철로자전거를 당일 일정으로 넣겠다고 생각했다면 당일 아침에 일찍 타거나 아니면 예약을 해 두고 다른 곳을 먼저 여행하는 것이 좋다.

이석민 현대예술관 문화기획과 교과서탐방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