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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라틴 아메리카]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멕시코 이민자들의 문제

20. 언더 더 쎄임 문

2010-11-18     이재명 기자
이 영화는 아홉 살의 카를리토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일하러 떠난 엄마를 찾으러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다. 미국 내 불법이주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던 상황에서 이 영화는 이들에 대해 친근하고 동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는 사랑하는 자녀들을 자기가 살던 나라에 두고 국경을 건너온 라틴계 여성들이 4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국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카를리토의 어머니 로사리오를 통해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아들 양육을 위해 아들에 대한 사랑을 희생해야만 하는 커다란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만든 파트리시아 리헨은 이 이야기가 자녀를 두고 떠나온 400만 명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전한다.

로사리오는 불법노동자로 미국에서 일한다. 그녀는 4년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들을 맡겨두고 미국에 밀입국했고, 그동안 전화로 아들과 통화는 하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녀의 아들 카를리토스는 하루빨리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 합법적 시민권을 얻어서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가기만을 학수고대한다. 로사리오는 아들에게 항상 엄마가 그리울 때는 달을 보라고 말한다. 그때 엄마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며, 그러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는 ‘같은 달 아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로사리오는 매주 일요일 아침 열 시에 로스엔젤레스 어느 길모퉁이에서 카를리토스에게 전화한다. 카를리토스는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이 되면 이웃집 전화 옆에서 기다린다. 엄마는 불법노동자이기에 주소가 없다. 그래서 주소 대신, 길 건너편에 도미노 피자집이 보이고,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공중전화라고 알려준다. 카를리토스는 엄마가 있을 것 같은 거리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카를리토스는 혼자 남게 된다. 그날 로사리오는 일자리를 잃고 카를리토스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미국시민권이 있는 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카를리토스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빠의 가족에게 기대기보다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미국 대학생으로 가장한 밀입국주선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차량의 시트아래 숨어 밀입국에 성공한다. 아이와 엄마가 만날 수 있을 시간은 다가오는 일요일 오전 열 시까지다. 아이는 엄마가 그 전화가 있는 곳에 나타나기 전에 그 곳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아이는 그 시간에 도착할 수 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민단속반을 간신히 피하기도 하고, 허름한 식당에서 접시도 닦는다. 한편 로사리오는 결혼을 준비하지만, 온통 아들을 데려올 생각뿐이다. 일요일 아침이 되자 멕시코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어머니의 사망소식과 아들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희생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절망한다. 한편 카를리토스는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 엄마가 전화를 건다는 그 공중전화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그리고 영화는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언더 더 세임문’은 멕시코인 불법이주자들이 실제로 겪게 되는 과정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명 ‘코요테’라고 불리는 밀입국 안내자, 국경 수비대 그리고 불법이주자들의 처지를 악용하여 고용하는 고용주 등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드러낸다. 이런 현실들을 아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 또한 불법이주를 통한 가족 해체의 고통을 가장 가까운 관계인 어머니와 아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미국 내 불법이주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미국에서 설치한 온갖 첨단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밀입국을 막기 위한 경계는 갈수록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미국 여론은 불법이민을 막는데 세금인상에 동의할 만큼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다. 또한 불법이민자들도 거의 2000달러에 이르는 돈을 코요테에게 지불하고도 미국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불법이주자나 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 ‘불법’은 문제가 되겠지만, 이제는 우리가 ‘합법’적으로 한국 땅에 있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시간이다. 어차피 지구는 ‘같은 달 아래’가 아닌가.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