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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라틴 아메리카]종교비판과 사회비판 사이

22. 아마로 신부의 범죄

2010-12-02     이재명 기자
카를로스 카레라 감독의 <아마로 신부의 범죄>는 19세기 포르투갈의 소설가 에사 드 케이로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톨릭 문화가 바탕을 이루는 멕시코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가톨릭 주교와 단체들은 신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지 말자는 캠페인도 벌였고, 정부에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가톨릭 신부의 부패와 낙태를 다룬 영화의 내용도 문제였지만, 아멜리아의 나이가 원작에서는 스물세 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열여섯 살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품을 받은 스물네 살의 아마로는 로스 레예스라는 마을 성당에 보좌신부로 부임한다. 그의 역할은 나이든 주임신부 베니토의 일을 돕는 것이다. 정치적이면서 엄격한 주교에게서 교육을 받은 아마로 신부는 비교적 순수하고 신앙심도 깊다. 그는 첫 부임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강도를 만나고, 옆자리에 앉은 노인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주고 내린다.

베니토 신부는 마을 성당에 부임한지 오래되었고, 마을의 식당 주인이자 사제관의 일도 돌보는 산후아네라를 정부로 두고 있으며, 마을의 일들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베니토 신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약상의 경제적 도움으로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자선병원을 짓는다. 한편 같은 교구에서 활동하던 다른 신부인 나탈리오는 산속에서 마약상들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돕고 있다.

아마로 신부는 열여섯 살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아멜리아를 만나게 된다. 아멜리아는 산후아네라의 딸이면서 성당에서 마을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그녀는 언론사에서 일을 시작한 루벤이라는 청년과의 결혼을 생각하지만, 루벤이 무신론자라는 점을 걸림돌로 여긴다. 이내 아멜리아는 새로 부임해 온 아마로 신부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점차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그녀는 고해성사에서 아마로 신부에게 사랑과 죄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아마로는 이런 아멜리아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어느 날 지역 신문에서 베니토 신부가 마약조직 우두머리의 아이에게 세례를 주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루벤은 자기가 살던 로스 레예스의 교회 스캔들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모아놓은 여러 가지 근거자료들을 바탕으로 베니토 신부가 짓고 있는 병원이 마약조직의 돈세탁 수단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다. 주교는 베니토 신부를 보호하기 위해 아마로에게 반박문을 쓰도록 하고, 루벤은 가톨릭교회의 로비로 신문사에서 해고된다. 또, 주교는 해방신학을 바탕으로 농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나탈리오 신부에게 수녀원으로 가라는 명령문을 보내지만, 나탈리오는 이를 거부한다.

아멜리아의 유혹에 아마로는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멜리아가 아마로의 아이를 갖게 되자, 그는 자신의 종교적 야망을 위해 아멜리아가 마을을 떠나도록 종용한다. 그녀는 마을사람들이 자신이 루벤의 아이를 가진 것으로 알도록 속임수를 쓰기로 한다. 다시 그녀가 루벤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지만 루벤은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한다. 결국 아마로는 아멜리아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직접 불법시술소를 찾아낸다. 아멜리아는 불행하게도 낙태 중에 많은 출혈을 하게 되고 도시의 큰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한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베니토 신부와 시술소의 여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지만, 마을에서는 루벤에게 결혼 전에 임신을 시킨 나쁜 남자로, 그리고 아마로는 그녀와 그녀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낙태를 중단시킨 것으로 칭찬하는 얘기가 떠돈다. 아마로는 아멜리아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교회는 참석자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금욕과 절제의 상징인 가톨릭 신부들과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는 마약, 낙태, 돈세탁과 권모술수 등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성직자들이 농민들과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통해 복음을 전하려는 해방신학을 실현하려는 성직자들을 몰아내려고 하는 관계들을 통해 가톨릭교회 내부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과달루페 성모를 상징하는 푸른 망토를 쓴 아멜리아와 아마로 신부의 사랑은 가톨릭 신자가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멕시코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특히 멕시코에서 낙태에 관한 논쟁이 강하게 일고 있었던 시점에서 가톨릭 교회와 성직자의 부정, 그리고 낙태를 연결시켰다는 점
▲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에서 이 영화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가상의 작은 멕시코 마을을 배경으로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 가톨릭성직자의 권력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 지를 냉소적이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아마로 신부의 범죄>는 2002년 6월 개봉예정이었으나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교황의 멕시코 방문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개봉이 연기된 바 있다. 그리고 멕시코시 의회는 2007년 4월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순주 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