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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터치]‘페이스 북’ 탄생 뒷 이야기

(12)소셜 네트워크

2010-12-05     홍영진 기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것도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또한 누구나 그 변화의 속도에 뒤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산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고독해지고 혼자 남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년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가 ‘인맥’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생겨나온 인맥도 단지 끊임없는 변화에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하나의 삶의 방편이 되었다. 또한 인맥 쌓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한 기술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런 필요와 사회적 분위기에 의하여 탄생한 것이 ‘페이스 북’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이 ‘페이스 북’을 개발하여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커의 실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영화는 최연소 억만장자의 마크 주커버커의 성공신화를 다룬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거의 모든 성공신화에서 나오는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없다. 대신 지적인 능력에 비하여 감성적으로는 장애인 수준인 주인공이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에 의하여 고소를 당하여 진술을 받는 현실과 ‘페이스 북’을 만들던 과거를 숨가쁘게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주인공의 속사포를 쏘는 듯한 끊임없는 대사, 그리고 빠른 음악들을 사용하여 지루할 수도 있고 극적 반전의 소재도 없는 영화를 빠르게 이끌어가면서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는 ‘페이스 북’ 탄생의 뒷담화를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 언론 매체들은 하버드라고 하는 세계 최고의 학벌을 포기하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페이스 북’을 개발하여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주인공의 벤처 정신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만약 이들의 홍보가 사실이라면 영화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머리만 좋은 대학생이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먼저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부를 얻고 그 후 그 친구들에게 고소를 당하지만 다 물어주고도 억만장자로 잘 살고 있다라는 어찌 보면 한 줄 가십 기사거리 가치 밖에 안 되는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감독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성공신화를 이야기하려고 하였던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친구 그리고 관계를 이야기하려고 ‘페이스 북’의 성공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온라인, 오프라인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온라인이라고 부르는 가상 공간에서의 관계가 정말 제대로 연결(ON)된 관계일까? 오히려 보여줄 것을 한정하여 놓고, 그 보이는 것만 가지고 상대를 평가하는 현재의 온라인이 진실된 친구를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막는(OFF) 오프라인은 아닐까?
▲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페이스 북’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5억 명의 친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나마 몇 안되던 친구들은 주인공의 곁을 떠나고, 그 중 일부는 자신과 소송을 하게 된다. 또한 억만장자가 된 후에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이 사랑했던 옛 애인의 페이스 북에 들어가서는 친구 맺기를 신청하고 업데이트 되는 그녀의 글과 사진만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것이었다.

영화 말미에서 보여 주었던 주인공의 모습이 온라인의 관계 속에서 사는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아무 것도 없었던 주인공을 억만장자로 만들어 주었던 온라인의 세상과 그것에 의한 얻어지는 가치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노승현 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