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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맥빠지는’ 구제역 발생

축산농가 어려움 함께 나눴으면
청정사수 노력에도 방어선 붕괴

2011-02-27     최석복 기자
▲ 최석복 사회부 차장
울산에서도 결국 구제역이 발생했다. 3개월 동안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식으로 차단방역에 나선 공무원은 물론 폭설과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방역초소를 운영하던 축산농민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식들에게 이번 설에는 고향에 오지말라고 당부할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임했는데 결국 구제역에 뚫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0일 울주군 상북면의 한 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의심신고가 접수됐지만 단순 감기증상으로 판명났었다. 또 이달 18일 울주군 웅촌면의 한우농가에서 소 1마리가 콧물과 식욕부진, 발굽 분리, 출혈 등의 구제역 증상을 보였으나 음성 판정이 나면서 청정지역 사수가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는 가운데 터진 것이어서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발생, 2주일만 더 버텼으면 됐을텐데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흘러나오고 있다. 예방접종을 마친 한우는 그나마 낫지만 2차 예방접종중인 돼지 사육농가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울산시가 당초 28일로 예정돼 있던 돼지 9000마리에 대한 2차 예방접종을 앞당겨 25일 6000마리, 26일 3000마리에 대해 접종을 실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돼지의 경우 전파 속도가 소와 달리 빠르고 감염성이 강해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말연시는 물론 설 연휴에도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오로지 청정지역을 유지하겠다는 일념으로만 버텨온 탓이다. ‘돈은 돈대로 투입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뒤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푸념속에서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29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울산지역에는 방역초소가 37곳이 운영됐다. 행정에서 운영한 곳이 20곳이며 17곳은 민간자율초소다. 민간자율로 운영된 방역초소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농가들이 소 1마리당 5000원씩 거둬 운영비로 사용하고 자율초소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모두 축산농민들이 담당했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촌지역 특성상 이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구제역 차단이라는 목표 하나로 똘똘 뭉쳐 지금까지 지켜온 것이다. 지역간의 갈등까지 겪으면서 샛길까지 차단, 구제역 방역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허탈감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다.

여기다 육식 기피현상으로 3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식당가도 구제역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 심리 위축을 부채질 하는데다 구제역 비발생지역과 발생지역은 이미지 상으로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울산은 전국적으로 유일한 먹거리특구인 언양·봉계한우불고기단지가 있는 곳이어서 더욱 구제역 발생이 아프다. 구제역이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금씩이라도 도와야 된다.

울산지역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시장 폐쇄가 장기화돼 출하길이 막히고 분뇨차량이나 사료차량 운반에도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여 한다. 불안한 마음에 몸까지 피곤한 상황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 발생으로 허탈하기는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냥 허탈해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축산농가들은 나름대로 더욱 철저히 차단방역에 나서고 일반 시민들은 이들의 어려움읗 함께 나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힘겨워 하고 있을때 조금씩이라도 도와야 하는 것이다. 구제역 추가발생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석복 사회부 차장 csb7365@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