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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각]드라마세트장을 계기로 본 원전지원금

모든 시민 혜택에 머리 맞대야
서생면 개발 사업에만 열 올려

2011-05-08     최석복 기자
▲ 최석복 사회부 차장
원전지원금 30억원으로 건립된 간절곶 드라마세트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계기를 마련해 울주군 서생면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니 보수비가 엄청나게 투입돼야 하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울주군은 드라마 촬영에 필요한 세트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3억여원을 들여 전기와 소방시설 등을 마련해 재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현장을 확인한 결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탓에 태풍 등 재해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데다 누수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임대계약을 맺은 테디베어박물관에 손해배상을 해주어야할 입장이다.

그래서 울주군은 완전한 일반 건물로 전환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합판으로 된 벽을 벽돌로 바꾸고, 누수나 재해위험이 없도록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10억원에 달한다. 한해 임대 수익료는 1억3400만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돼 버렸다. 서생면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업자 지원금 가운데 30억원을 요청해 드라마세트장을 유치할 때부터 논란이더니,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셈이다.

드라마세트장이 관광자원이 되는 경우는 드라마의 인기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명이 그리 길지는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제주도나 문경, 전주, 경주 등지의 드라마세트장을 살펴보면 그 유효기간이 대개 6개월 가량에 불과하다. 간절곶은 이미 한반도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다는 장소적인 특징을 가진 관광지다. 재벌의 별장이라는 드라마세트장은 간절곶 이미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일부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당초 예견했던 ‘대박’은 물론 일어나지 않았고 더 이상의 투자효과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계기로 원전지원금의 효율성도 되짚어볼 만하다. 원전지원금은 한수원이 직접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적정성을 판단해 지원하는 사업자지원금(연간 60억원 가량)과 울주군을 통해 서생면지역을 비롯한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본지원사업비 두가지로 크게 나누어 진다. 원전 건립시 지원되는 특별지원금과 수명연장 지원금 등 종류도 다양하고 금액도 상당하다.

그동안 원전지원금으로 서생복지센터운동장과 간절곶스포츠파크 건립에 300여억원이 투입됐고, 서생면사무소 건립에 27억여원이 들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장은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서생면주민이라고 특별한 혜택없이 모두 사용료를 내야하는 탓에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으리으리하게 지은 면사무소는 읍·면별 신청사 건립 러시의 단초를 제공, 예산낭비만 부추기고 있다. 그밖에도 대부분이 서생면지역 도로 포장이나 도시가스 유입, 도로·교량 개설, 농기계 창고 건립 등에 사용되고 있다.

올해 서생면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울주군이 4월말까지 공사를 마친 원전기본지원사업 가운데 건축분야를 살펴보면 용연마을 농기계 보관창고 건립(5800여만원), 신암마을 경로당 개보수(1억7700여만원), 화산마을 농기계 창고 건립(6900여만원), 온곡1구 마을회관 보수(4600여만원), 평동마을 어촌계 사무실 보수(1000여만원), 연산마을 창고 보수(1500만원) 등이다.

물론 원전 인근지역에 위치한 탓에 생기는 불안감이나 그로 인한 피해 등을 감안하면 원전지원금이 대부분 인근지역에 쓰여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생면지역 뿐 만 아니라 울산 전체가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지원 대상 범위를 면단위로 좁혀 자치단체가 해야하는 일이거나 그다지 효율성이 크지 않은 도로 땜질과 다리 놓는데 사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만한 예산이면 울산시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큰 시설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지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 csb7365@ksilbo.aykt6.com

최석복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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