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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루]다시, 도서관 가는 길

2011-06-08     이재명 기자
▲ 김시민 시인
나는 오늘 도서관을 가며 샤를마뉴 대왕을 생각한다. 그의 위대한 선택이 오늘날 프랑스를 지성과 예술의 나라로 만든 주춧돌이 되었으리라.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유럽을 최초로 통일한 프랑크의 황제 샤를마뉴는 고귀한 신분으로 자랐음에도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다. 그 당시의 유럽은 역사상 가장 비참한 암흑시대였으며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쓰여진 책들은 영원히 사라졌고 남아 있는 책들은 베껴 쓴 책이 고작이었다.

문맹인이었던 샤를마뉴 대왕 역시 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막강한 힘으로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이루어 내었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금은보화도 세상의 온갖 진귀한 물건도 그를 감동시키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샤를마뉴 대왕의 ‘스승’으로 대접받는 영국출신의 앨퀸을 만났다. 앨퀸은 도서관 사서였는데 샤를마뉴 대왕은 책이 그를 행복하게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이후 샤를마뉴는 앨퀸에게 글자를 배우고 앨퀸이 읽어주는 책을 보며 책이 주는 행복을 맛보게 된다.

앨퀸이라는 사서를, 책이 주는 행복을 만난 이후 샤를마뉴 대왕은 도서관을 세우고 세상의 책이란 책은 모조리 베껴서 도서관을 가득 채우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보물이 도서관에 가득 차 있음으로 해서 그는 행복했고 그 또한 훌륭한 독자로서의 행복을 맛보게 된다.

앨퀸을 만남으로 해서 샤를마뉴는 책 읽는 행복함을 만나게 되었고 그 결과, 수도 아헨에 학교를 세우고 곳곳의 수도원에 학교를 부설하는 일을 장려했으며, 고전 문헌을 널리 수집하고 정리했다. 이런 샤를마뉴의 노력으로 서로마 멸망 후 오랫동안 황량해졌던 서유럽의 문화는 모처럼 부흥하여, ‘카롤링거 르네상스’로 불리는 시대를 맞게 된다.

나는 오늘도 도서관을 가며 샤를마뉴 대왕의 얼굴을 그려 본다. 샤를마뉴라는 위대한 대왕의 올바른 판단이 있었기에 암흑시대에 찬란한 해가 동쪽 하늘에 떠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가는 도서관도 책이라는 태양이 떠 있는 곳이다. 책이 내려주는 밝은 빛을 나누어 마시며 그 자양분으로 우리를 자라게 하는 곳이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 눈빛이 빛난다. 누구나 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있음으로 해서 만족스러운 행복함이 몸 속에 배이고 눈빛에 녹아드는 것이 아닐까. 그 곳에는 만나는 사람들은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책과의 만남을, 문화와의 만남을, 이웃 간의 만남을, 사서와의 정겨운 눈빛의 교환을 통한 인간과의 만남을 이룬다.

문화 강좌실에서 평생교육 활동을 마치고 나오는 학부모들이 열람실로 들어선다. 조금 전에 있었던 평생학습의 결과물을 소중히 안고 책을 고른다. 진지하게 빛나는 눈빛이 배운 내용을 책을 통해 익히고 싶은 모습으로 나는 해석한다. 문화 활동과 평생학습으로서의 의미가 빛나는 도서관의 한 모습이다.

아이는 책을 읽고 나는 사서 선생님께 자료에 대한 문의를 끝냈다. 감사의 눈빛을 보낸다.

이렇게 도서관은 우리 곁에 있다.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발걸음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해진다.

하지만 도서관 가는 길이 너무 멀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책을 찾아도 찾는 책을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 수준의 지표 중 하나인 우리 도시 울산의 도서관은 여전히 열악하다. 통상적으로 공공도서관은 인구 6만 명당 한 개꼴로 운영되지만 울산의 공공도서관은 4개밖에 없으며 1인당 장서 수는 채 1권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데도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동반되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분들의 땀과 열정이 계승 발전되는 가운데 새로운 도서관이 동네마다, 마을마다 만들어져 새로운 문화의 터로 자리잡으면 어떨까.

나는 오늘도 도서관을 가며 샤를마뉴, 그가 있어 사그라지는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올랐듯 우리 울산의 도서관 부흥을 위한 멋진 선택을 시도하는 울산의 샤를마뉴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울산이 도서관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기를 바란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김시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