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樂인영화, 낚인 영화]휴전선을 넘나드는 미묘한 사랑

‘풍산개’

2011-06-29     홍영진 기자
무겁지 않게 그려낸 남북 문제
휴전선 배경 몸개그 시도 신선

감독: 전재홍(각본 김기덕)
장르: 드라마
출연: 김규리, 윤계상, 김종수

우리 영화 속에서 북한의 이미지가 달라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던 북한 사람을 인간적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20년 전 영화 ‘쉬리’부터였다고 생각된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거쳐 ‘의형제’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계속됐고, ‘풍산개’ 역시 그 연장선에 합류했다. 아니다. 풍산계에서는 아예 남쪽과 북쪽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 선과 악의 대립이 사라진 대신 두 부류가 놀랄 만큼 닮은꼴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정체불명의 남자(윤계상)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 안에 무엇이든 배달한다.

어느 날 그에게 위험천만한 미션이 주어진다.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 간부(김종수)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서울로 데려오라는 것.

두 사람은 휴전선을 넘는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을 나누게 되고, 이를 눈치챈 고위층 간부는 서서히 질투심에 휩싸인다.

살벌한 휴전선을 어떻게 넘나들 수 있을까. 의문은 놀랄만큼 단순하게 해결된다.

주인공은 열심히 달리고, 헤엄치고, 절체절명의 순간 장대높이뛰기로 철조망을 훌쩍 넘나든다.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지만, 감독의 특유의 ‘타협없이 밀어붙이기’식 상황전개와 배우들의 재빠른 몸놀림을 보노라면 의문은 금세 사라진다.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 배달부는, 휴전선으로 나뉜 우리의 분단상황 그 자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존재를 과감하게 하나의 ‘출연배우’로 캐스팅 한 것. 윤계상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 대사 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불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남북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다지 무겁지 않다는 점이 매력이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비틀기 유머가 관객들의 쓴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지리한 대립을 미처 깨닫지못한 청소년들은 감독의 속깊은 메세지를 제대로 알아차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배달부와 인옥의 애절한 재회씬과 지하 밀폐공간에서의 남북대치씬이 인상 깊다.

질투심에 눈 먼 늙은 망명자로 분해 ‘순정’과 ‘교활’의 경계를 넘나든 울산 연극배우 김종수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하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