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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A to Z]안전하고 활기찬 커뮤니티로 가는 길

17. Urban Porosity& Permeability, 도시의 다공성과 침투성

2011-07-21     이재명 기자
도시의 거대한 경계를 만드는 슈퍼블록형 재개발방식 지양하고
실현가능한 소규모 사업부터 추진 자전거도로 등 느린 네트워크에 시민 활동 조화될 때 도시 작동

▲ 나폴리(Naples) 전경. 발터 벤야민은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의 혼합, 시간성과 공간성의 결합, 성스러운 내부에 깃든 세속성, 시민의 삶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종교적 태도 등을 들어 나폴리를 다공성을 대표하는 도시로 꼽고 있다.


사회학자 리처드 서넷(Richard Sennett)은 “누구나가 살고 싶은 도시는 깨끗해야 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공공 서비스와 함께 역동적인 경제적 지원과 문화적 자극을 제공받고 또한 사회의 인종, 계층분화를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런 도시에 살고 있지 않다. 도시들은 정부 정책, 불치의 사회적 병리, 지역의 제어를 넘어서는 경제적인 영향력에 의해 위의 모든 면에서 실패하였다. 도시는 그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도시자체가 어때야 하는지 개념자체가 극단적으로 잘못되어 오고 있다. 현대의 기술적인 도구들만을 무기로 하는 도시계획가(planner)가 아닌 예전의 도시전문가(Urbanist)의 태도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현재의 우리들은 과거의 도시전문가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자원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매우 창조적이지 못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도시는 더 이상 닫힌 도시가 아닌 ‘열린 시스템으로서의 도시(open city)’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 나폴리의 역사지구. 다공성 개념은 즉흥성과 연기를 동반한다. 도시는 극장으로 변모한다. 건물은 대중의 무대로 사용되며 행위는 도시의 파사주, 계단과 안마당에서 상호 교차한다. 사진제공=위키피디아




이번 글에서는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바람이 송송 통하는(?) 개념이자 밀도 속도 높은 현대도시의 복잡성(complexity)을 수용하는 열린 도시의 필요조건에 대해서 고민한다. 오늘 주제인 ‘다공성(porosity)’과 ‘침투성(permeability)’은 서로 밀접한 관계이며 물리적, 심리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을 담는 다차원적 단어로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필자의 지난 글들은 공통적으로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며, 최근 몇 편의 탐험(Interface, Node, Overlap)들과 함께 읽어주시면 공감의 폭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도 현무암을 상상하면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다공성(porosity)’은 살아있는 유기체나 광물, 오래된 도시구조 등에서 발견되는 특성으로, 공간적 경계와 구별의 모호함을 상징한다. 주된 개념은 ‘상호침투성’이다. 특히 다공성을 핵심개념으로 하여 도시를 말하고자 했던 발터 벤야민은 에세이 ‘나폴리Naples’에서 나폴리 사회와 공간의 일시적 구조의 특별하고 특징적인 형식을 묘사한다. 그의 다공성은 현상 사이의 명확한 경계 없음, 하나의 사물 안으로 다른 사물이 침투하는 것, 새로운 것과 낡은 것,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혼용을 지칭한다. 그런 면에서 매우 현대적인 개념이다. 그는 다공성 개념을 통해 도시의 여러 주제를 다룬다. 도시환경의 상호침투를 말하며 다공성은 건축과 행위, 무엇보다 극적 연기로서의 일상생활이 갖는 불확실하고 즉흥적인 특성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 다공질 도시는 극장으로 변모하며 건물은 대중의 무대로 사용된다. 다공질 도시는 유동적인 도시특성을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침투하기 쉬운 정도를 의미하는 ‘침투성(permeability)’은 영국의 도시공간과 범죄관계를 연구한 아리스 콜멘(Alice Coleman)의 저서 ‘시련에 선 유토피아’에서 사용한 것이 시초이다. 침투성이 없는 긴 블록의 경우, 주민이 다른 블록의 주민과 만날 확률은 정말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거의 없다. 이것이 도시의 불안과 소외를 만드는 요인이다. 가능하면 블록의 길이를 줄이고 길을 늘리며 대면 접촉의 기회와 시각적인 오버랩을 높이는 방법이 노상범죄율을 줄이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전문가들과 건축가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되고 있다. 보차분리, 쿨데삭(막다른 도로)와 같은 근대적 도로개념 또한 시각적 침투성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수정되고 있다.



▲ 열린학교의 대표사례인 후쿠오카의 하카타 초등학교. 열린 교육철학을 반영하듯 초등학교의 한 면 전체가 도시의 주요가로변에 면할 뿐 아니라 나머지 세 면도 지역공동체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경계의 침투성을 반영하고 있다.
위의 두 개념으로 현대도시를 바라보면 공공성 결핍, 빈부격차, 접근성 결핍 등의 도시문제는 비다공성과 비침투성이 가져온 결과처럼 느껴진다.

다공성과 침투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먼저 도시의 거대한 경계를 만드는 대규모 슈퍼블럭형 도시재개발방식에 대한 반성이다. 화려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거대한 지역을 재개발 지역으로 묶고 도시에 거대한 공터 등을 띄엄띄엄 만드는 방식대신 실현 가능한 곳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이러한 소규모 재생사업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그 효과가 주위로 파급되는 것을 기대하는 ‘바르셀로나 방식’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이는 폐허가 된 도심빌딩을 매수ㆍ철거하여 소규모 광장을 설치하면 이 광장에 접한 건물에 카페가 생겨나고 이 카페에서 광장에 내어 놓은 테이블들의 영향으로 주변도 조금씩 재생되어간다는 발상이고, 이러한 소광장을 시내 각지에 설치해 도시에 다공성(porous)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철도, 수변공간, 고속도로, 대학, 대형공원 등의 대규모 단일 용도지역의 경계부위 또한 도시민들에게 일종의 장애로 인식되며 주변 토지이용, 시설이용의 단순화와 황폐화를 일으킨다.

제이콥스는 도시발전단계에서 이러한 경계가 필요악이지만 정교한 대처를 통해 긍정적인 장소로 승화시킬 수 있으며, 경계부위 밀도와 이용 빈도를 높이고 양쪽 지역의 교류를 유도하고 경계와 면한 블록을 짧게 끊어 침투성을 높여주면서 생기를 인근지역으로 전이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도시고가도로, 도시지하철, 도시철도 등의 거대한 도시교통시설도 도시를 단절시키는 장벽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교통결절점(노드)를 사용하여 도시흐름을 복합적으로 도시조직에 침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도로, 보행도로와 같은 느린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침투성을 높일 수 있다. 스케일과 성격이 다양한 차원으로 전개되는 도시공간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거기에 시
▲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
민의 액티비티가 스며들 때, 비로소 도시는 작동하는 것이다.



더운 날, 마침 한국에서 나폴리로 휴가를 떠났던 외국인 지인이 메일을 보내왔다. 한국인 여행팀을 벌써 여럿 만나면서 여름 유럽도시에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현지인보다 많을 것이라 했던 필자의 농담이 떠올라 반가왔다며.. 현장에서건 지면에서건 모두의 시원한 도시탐험을 응원한다.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