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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인 영화, 낚인 영화]신궁들의 대결 쏜살같은 박진감

‘최종병기 활’

2011-08-17     이재명 기자
병자호란 배경 정통 액션사극
박해일·류승룡 연기도 볼만

감독: 김한민
장르: 액션·전쟁(15세 관람가)
출연: 박해일·류승룡·김무열 등

옛날이나 지금이나 외교는 국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대륙에서 명나라가 쇠잔해가고 만주벌판을 누비던 청나라(여진)가 득세할 무렵, 광해군은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고도의 외교기법을 구사했다. 그러나 그 동안 여진족을 오랑캐로 취급해 온 서인들은 명나라를 배신하는 것은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다며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인조를 등극시키는 반정을 일으켰다.


영화는 여기서 시작한다. 인조반정으로 졸지에 역적으로 몰린 남이의 아버지는 관군이 집안으로 쳐들어오자 아들 남이와 딸 자인을 몰래 빼내고 자신은 끝까지 싸우다 결국 참수를 당한다. 아버지의 참수장면을 숨어서 지켜 본 남이는 죽기 전 아버지가 전해 준 말을 곱씹으며 자란다. “눈을 똑바로 뜨고 두려움을 직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태산처럼 받들고 호랑이의 꼬리처럼 말아 활을 쏴라”

아버지의 친구집에서 누이와 함께 세월을 보낸지 13년, 남이는 어느새 신궁이 돼 있었고 자인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어렵사리 맞이한 자인의 혼인날, 가장 행복한 순간에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의 습격으로 자인과 신랑 서군은 포로로 잡혀가고 만다. 병자호란이 발생한 것이다. 남이는 아버지가 남겨준 활을 들고 자인을 찾으러 청군의 심장부로 거침없이 전진한다. 귀신과도 같은 곡사(화살이 휘어져 나가게 하는 기법) 솜씨로 청나라 정예부대를 하나 둘씩 처치하던 남이는 마지막으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산정의 평원에서 청의 장수 쥬신타와 맞대결을 벌이게 된다. 쥬신타는 누이 자인을 방패막이로 앞세웠다. 누이를 방패로 삼은 이상 남이가 결코 자신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 쥬신타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남이의 대사는 뇌리를 파고든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 바람은 계산하는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청의 침략에 맥없이 무너진 조선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대사다. 남이의 화살은 누이의 턱밑을 돌아 쥬신타의 목에 정확히 박힌다.

영화는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남이의 곡사와 무시무시한 파괴력의 육량시를 사용하는 쥬신타의 숨가쁜 대결이 주를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화살의 속도감이 관객들의 숨을 죽이게 만든다.

박해일의 눈빛 연기와 류승룡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볼 만하다. 활을 가지고 이렇게 괜찮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