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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인 영화, 낚인 영화]성과주의 교육에 반기

‘세 얼간이’

2011-08-31     홍영진 기자
무거운 주제 유쾌하게 풀어 폭소 유발
탄탄한 구성과 볼거리로 몰입도 높여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미
장르: 코미디
출연: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먼 조쉬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보고나니 90년대에 상영 된 우리나라 청춘영화들이 생각난다. 지금 40대 성인들이 방황의 청소년기를 보낼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류의 영화를 보면서 공감과 감동을 느낀 것처럼, 요즘 청소년들 또한 ‘세 얼간이’를 보면서 비슷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2009년 만들어진 영화 ‘세 얼간이’는 개봉 당시 영화 ‘아바타’를 잠재울 만큼 인도에서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나 제3국 영화라는 이유로 국내 상륙은 내내 미뤄져 왔다.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본 이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지난 달 20일 국내 개봉이 성사되었다.

영화 주제는 참으로 간단하다. 주인공 란초(아미르 칸 분)는 “자기의 꿈과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온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알고있는 정답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다 보면 꿈과 재능을 좇아서는 성공하기 힘든 상황도 겪게 마련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인도 최고 명문 공대인 임페리얼 공대는 매년 40만명이 지원해 고작 200명이 입학한다. 이 수재들에게 대학 총장은 “인생은 경쟁이다. 2등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경쟁을 강요한다. 총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독려하기보다는 학점과 취업률에만 목숨을 건다. 이런 교육방침은 학생 여러 명을 자살로 이끈다.

주인공 란초는 대학 총장의 교육방침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학생이다. 책 속 이론을 이해하기보다는 무조건 외우기만을 요구하는 교육과정에 반기를 든 란초가 강의 중 교수와 주고받는 대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세 얼간이’의 매력은 무거운 주제를 담았지만 참으로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다소 긴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 구성도 탄탄하다. 친구들 간의 우정, 천재 공학도의 활약상은 물론 가슴을 저미는 로맨스까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영화 마지막 배경인 판공초 호수의 풍광은 이 영화를 보는 덤이다. 인도 국민배우 아미르 칸은 쉰 살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역을 잘 소화해 낸다. ‘알 이즈 웰’(All is Well)은 극 중 아미르가 시시때때로 외는 주문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이 대책없는 긍정적 사고가, 세상이 얼간이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거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잠시 행복해졌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