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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A to Z]자원 소비자였던 도시, 자연과 공생하는 협력자로

19. RUrbanism, 도농혼합 모델

2011-09-22     홍영진 기자
*RUrbanism
도시성과 농촌성이 통합된 지속가능한 도시모델을 뜻하는 신조어. R과 U가 동등하다는 의미에서 둘 다 대문자를 쓴다.

*rurban
a. rural+urban의 합성어. 전원 도시의(에 사는), 교외에 사는.

*rurban community
도비공동체 (都鄙共同體). 농촌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산재하는 지역사회.

전원도시와 주변 합친 ‘도비공동체’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풍요 혼재
인도 고아州 성장계획인 ‘러버니즘’
도시 사이에 논·양어장 등 배치 시도
삶의 질 향상·경제적 번영 위한 도전

지친 일상에 한 번씩, 번잡하고 숨가쁜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필자의 넋두리에 친구들은 농담처럼 ‘도시토박이인 넌 며칠은 못 버틸 것’ 이라고 놀리곤 한다. 황혼기를 준비하는 주변 선배들에게서도 여유로운 교외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지만 도시의 역동성과 편리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고민들을 본다. 이 고민 안에는 자녀들의 교육적 자극, 도시지역과의 접근성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농어촌 같은 시골이 목가적이고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다소 낭만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도시화는 가속화되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주변 농촌지역에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면서 도시적 환경과 농촌적 환경이 혼재하는 지역이 폭넓게 조성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에도 도시 외곽지역의 개발제한이 풀려 고밀의 주거지와 특히 대형공장 등이 도처에 들어서는 것이 현실이다.
▲ 시카고의 도시농장, 도시농업의 개념은 이미 전 세계에서 적용되고 있다. 자원을 고갈시키기만 하는 잔디 같은 관상용 녹지를 생산성이 높은 채소와 작물로 대체하는 것이 도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인다는 인식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어 ‘rurban’은 시골(rural)과 도시(urban)의 합성어로서 도농혼합 즉, 도시의 특성과 전원의 특성이 공존하는 지역을 말한다. 또한 ‘rurban community’는 미국의 농촌사회학자인 C.J.갤핀이 말했듯 사회적 통일성을 보존하고 있는 전원도시(田園都市)와 그 주변의 농촌 지역사회를 일컬어 도비공동체(都鄙共同體)라는 의미로 쓰인다. 현대에 들어 이러한 지역의 도시화가 가속되면서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오늘은 이를 ‘문제의 영역’으로 방치하기 보다 농촌의 풍요로움과 도시의 편리함을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통합한 도시개념, ‘RUrbanism’을 소개하고자 한다.

알렉스 스테픈이 이끄는 ‘월드체인징’(worldchanging.com)은 전 세계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미래학자, 기술자들의 온라인 두뇌집단으로, 2003년 설립된 후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 혁신을 연구해 왔다. 그들이 2006년에 펴낸 <월드체인징>이라는 책에서는 참여와 공유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미래, 책임 있는 소비, 복지와 삶의 질, 생태와 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친환경 비즈니스, 새로운 소통의 구조와 미디어 등 전 지구적 과제들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 대안과 함께 인도 고아(Goa) 주의 도시성장계획인 ‘
▲ 건축가 Bjarke ingels(BIG)의 Mountain Dwellings 프로젝트. 코펜하겐 외곽에 지어진 이 작품은 10층짜리 주차장과 80개동의 아파트라는 고밀의 프로그램과 전원(rural)의 요소들을 3차원적으로 통합하여 경사진 층층의 팬트하우스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모든 주거에서 정원과 신선한 공기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도시와 전원의 공생모델을 만들었다.
RUrbanism러버니즘’을 소개하고 있다. 인도의 도시건축전문가 팀이 2003년 ‘국제 지속가능 도시시스템 설계 공모전’에서 ‘고아2100’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계획안 ‘러버니즘RUrbanism’은 고아 주를 사람과 야생이 신생물학적으로 뒤섞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첨단 고효율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갖춘 고밀도 주거지역과 전통적인 농촌생활을 혼합하려는 시도이다. 도시지역 사이사이에 논, 양어장, 밭 등이 혼합되어 신선한 물과 깨끗한 공기를 얻는 러버니즘은 자연에 기생하는 자원소비자였던 도시를 자연 및 농촌문화와 공생하는 협력자로 바꾼다. 이 팀은 계획 전 인구통계, 사회경제, 도시계획, 천연자원, 에너지 교통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민지도자 면담 및 GPS, GIS를 사용하여 천연자원 매장지, 산업부지 등 일대의 토지사용과 지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모형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토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주변경관을 재생하고 도시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계획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속도를 분석하여 그 도시의 시간활용모델을 만들었다. 고밀도에 좋은 환경으로 잘 설계된 도시에 살면 주민들이 시간을 잘 활용하여 개인 일, 생산, 여가, 육아, 교육, 공동체 업무 등에 고른 에너지의 할당을 할 수 있고, 결국, 그것이 삶의 질과 경제적인 경쟁력과 결부된다는 것이다. 이 공모전에서 지속가능 사회로 완전히 이행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비용조건으로 100년이라는 기간을 부여했음에도, 이 계획안은 그것이 30년 만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디자인의 원칙으로 풍부함과 공평함,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삼은 고아2100 계획의 다섯가지 대지이용 및 관리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숲-경작지-도시-다시 숲에 이르는 장기간의 생태적 연속성(천이)을 가능하게 한다.

2. 조망·조경 설계를 먼저 하고 도시지역은 그 간극 사이에 배치시킨다.

3. 에코시스템, 자원 보유량, 자연생태학적 연속성·인접성의 필요에 의해 대지사용의 변화가 조절되도록 한다.

4. 도시의 정적, 동적 요소들을 분류하고, 정적인 요소들을 먼저 디자인한다. 동적인 요소들에는 역동적 인자들을 제공하여 전체 조망과 함께 진화하도록 한다.

5. 관리나 과세 등은 최소의 레벨로 한다.

지속가능하면서도 경제적인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며 필자의 판단으로 RUranism은 물리적 환경, 생태환경, 인간의 활동과 도시문화까지를 포괄하는 전일적인 계획이자, 도시교외지역 뿐 아니라 광범위한 도시 지역의 재생에 영감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도시지역보다 조경부분의 설계를 먼저한다니, 기존의 판에 박힌 설계방법론을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그 본질적 의미가 오용되어 고밀도 개발을 촉진하는 정당화 도구가 되는 것을 모두가 경계해야 하지만. 100년 뒤의 지구가, 세계의 도시들이, 울산의 도시가 어떠한 모습일지는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도전과 변화는 곳곳에서 이미 시작되었으며, 지금부터의 변화의 한 걸음, 한 걸음이 100년 뒤 도시 환경과 후손들의 삶을 정의하게 될 것이다.
▲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


“이제 우리에게는 지속가능한 바탕 위에서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수 있게 해줄 새로운 발전모델이 필요하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잘살게 하고 동시에 지구생태계를 치유해 줄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모두가 힘차게 잘살 수 있는 생활양식을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잘살아야 환경도 보전된다는 낡은 발전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방법인지 밝혀야 한다”­알렉스 스테픈 (월드체인징 설립자, 미래학자).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