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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금요일]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2012-01-12     경상일보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 임희구 시인은
1965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방송대 국문과 졸업.
‘생각과 느낌’ 신인상 수상, 전태일 문학상 수상. 2007년도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으로 <걸레와 찬밥> <소주 한 병이 공짜> 등이 있다.


‘금주’ ‘금연’은 새해의 일차
▲ 이기철 시인
적인 목표다. 누구에게나. 하지만 유혹은 도처에 널려있고 이를 지키기란 녹록지 않다. 하여 ‘작심삼일’로 번번하게 무너지는 결심은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아니지만 원래 성품이 모질지 못한 터라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잘 안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 좀 안심이 된다. 부디 결심이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를 다잡는 것은 무너지기 위해서 아닌가. 그래도 괜찮다. ‘소주 한 병이 공짜’라는데 ‘감자탕 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자, 한 잔 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