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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A to Z]누구나 어디서든 질 높은 삶 영위하는 도시

24. Welfare city - 복지도시, 봄처럼 만나다

2012-03-01     이재명 기자
▲ 2010년 뉴욕시에서 펴낸 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 제안하는 사회적 혼합. 도시농장과 주거공간을 혼합하고 경제적인 수준이 다양한 사람들을 한 단지에 혼용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자료출처 active guideline NY
■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
20세기 성장위주의 정책 거치며
개발이 곧 행복은 아니다 인식
위에서 주는 수혜의 개념 아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 찾아

■ 복지도시 만들려면
안전·보건·교육·환경·문화 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 없어야
개인간 갈등 생겨나더라도
양보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필요

* welfare
1.(개인·단체의) 안녕
2. 복지, 후생, 복지사업

얼마 전까지 정치권에서 복지논란이 뜨거웠고,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마다 복지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구호가 넘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면 무상급식이나 복지관, 도서관 증설 등의 단편적인 공약이 중심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필자가 생각하는 복지도시는 시민 누구나 어디서든 소외 없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가치 높은 도시이다. 시민의 삶의 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복지의 구현은 한 두 사람의 구호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어느 것보다 어렵고 중요하다. 지난 ‘삶의 질’ 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질 높은 삶이란 건강, 교육, 문화, 환경, 도시 인프라 등 다층적인 분야에 걸쳐 고르게 안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도시의 화두로 복지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20세기 개발의 시기가 끝나고, 이른 바 ‘삶의 틀’ 만을 만드는 성장위주의 정책이 사람들의 행복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되거나 소외 계층이 생겨나는 계층분화, 소득분화라는 사회적 문제, 그리고 무분별하게 지역고유의 환경과 역사를 지움으로써 환경의 질이 하락하는 문화적 문제를 동반하게 된
▲ 공간복지의 사례로 꼽히는 요코하마 시청사 1층 로비 공간. 신비로운 소리와 예술작품들로 채워진 로비는 도시 보행로와 연결되어 있으며 무료급식, 열린 강좌 등 시민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사진제공 유명희
것이다. 즉 개발은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지난 20세기는 성장이 성큼 앞서고 복지는 언제나 최저의 수준에서 차이를 메우느라 급급해 온 날들이었다. 시민들은 다만 견디고 기다려 왔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인식 속에서 복지라는 개념은 어느 누구나 당연히 누릴 권리보다는 상위로부터는 ‘수혜’의 개념으로, 아래로부터는 ‘감동 혹은 감사’의 혜택으로 왜곡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복지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면서 ‘사회적 인권’으로서의 복지 개념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즉,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포괄하는 인권을 말한다. 또한 지구화에 따른 이주, 복수의 주거지, 다문화·다민족적인 상황에 따라 모든 민족은 이미 ‘영토적으로 분산’되어 있다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복지의 대상, 그리고 복지의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오승환 교수(울산대 사회과학부)는 ‘창조적 복지도시를 향한 울산의 새로운 발전방향(2011)’에서 사회적 약자 뿐 아니라 일반시민의 복지가 필요함을 지적하며 산업도시 울산의 사회보
▲ 취리히의 도로 공간. 이 도로에서 보행자는 트램(tram)이라는 대중교통수단에 최우선하고, 대중교통은 개별 차량에 우선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사진제공 유명희
장비율 고양 등 복지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글에서 언급된 테일러 구비(Talyor Gooby)의 신 사회위험, 즉, 여성노동시장 참여로 인한 일과 가정의 양립 난조,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노인 케어 부담급증, 노동시장구조 변화로 인한 실업과 사회적 배제와 빈곤, 공적연금 및 의료보험의 민영화 규제난조로 인한 새로운 위험 발생 등은 최근 고령화 가속, 신빈곤 문제, 여성실업,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성, 자영업노동시장의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울산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도시가 품고 있는 시민의 현실이다.

한국 미래발전연구원이 2011년 펴낸 자료(김용익 외)에서는 복지야말로 지역도시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보고 복지도시를 만드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안했는데, 이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안전한 도시-교통안전, 범죄안전, 깨끗한 도시 환경으로 아이들을 마음대로 골목에서 뛰놀게 할 수 있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만든다.

2. 배우는 도시-서울에만 치우친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특성을 살린 산학협력과 ‘평생 직업능력 개발체계’를 구축하고 ‘방과 후 학교’ 등 교육소외층을 배려하는 등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평생교육도시 건설이 필요하다.

3. 건강한 도시-보건소 증설 및 기능강화로 시민의 건강권을 지원하고 믿고 찾아갈 수 있는 공공병원을 만들고 건강한 도시 공간 조성으로 운동하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

4. 더불어 사는 도시-찾아가는 복지서비스와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정책을 전면으로 표방하고 보육 인프라가 만들어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노인이 열심히 일하는 도시, 장애우의 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도시를 만든다.

5. 쾌적한 도시-난개발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하고 도시의 쾌적함을 경쟁력으로 삼고 자전거가 자유로운 도시, 그림 같은 풍경의 도시, 오염과 생태 관리가 철저한 도시, 문화가 공기처럼 흐르는 도시를 만든다.

6. 색깔 있는 도시-문화 자원, 향토자원 등 창조적 지역 특성화를 경쟁력으로 하고 지역의 창조적 역량을 만들어 낸다.



내용을 보면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시라면 능히 그리해야 하고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필자의 생각이다. 굳이 ‘복지도시’, ‘공간복지’라는 타이틀이 없어지는 그 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위의 내용에서도 안전한 도시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히듯, 도시 환경에 있어 복지도시를 위한 환경구축은 필자가 누누이 강조해 온 대로, 소외당하는 사람 없이 물 흐르듯 도시공간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확충된 복지, 의료, 교육, 문화, 생활의 거점들은 이러한 안전한 보행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물론 안전 뿐 아니라 도시풍경의 질 문제도 시민이라면 가져야할 당연한 권리이므로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겠다. 이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개인 간 갈등의 상황에서 인권은 개개인의 재산권행사보다 상위의 개념이라는 성숙한 인식이 시민 모두에게 인식되고 지혜로운 양
▲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
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도시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믿음과 자긍심이 바탕에 놓일 수 있도록 하는 공공분야의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혼합 등의 더 깊은 차원의 공간복지의 문제는 이 기본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도시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도시민 모두의 영역에서 상호 합의하에 오랜 시간 차곡차곡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하여 복지도시는 봄이 찾아오듯이 시민들의 삶 속에 시나브로 스며드는 도시여야 할 것이다.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