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志在千里 - 지재천리 : 뜻 志, 있을 在, 일천 千, 거리 里

품은 뜻이 원대(遠大)함

2012-03-08     이재명 기자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동리의 리(里)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밭을 뜻하는 전(田)과 땅을 나타내는 토(土)가 합하여 리(里)가 되었습니다. 이 때의 전(田)은 물이 있는 전지이고 토(土)는 메마른 땅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경작지가 되는데 그 경작지 사이에 사람이 사는 마을(里)이 생겼지요. 그리고 마을과 마을 사이는 상당한 거리가 있게 마련이라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도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리(里)는 동(洞)과 합하여 동리(洞里)라는 말이 이루어집니다. 이 동리는 동네라는 말로 더 널리 쓰이지요. 이 말이 어려서부터 더 친숙하게, 정감있게 사용해왔습니다. 여기 쓰인 동(洞)은 글자에서 보듯이 물을 함께(同) 먹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뜻입니다. 맑은 물이 풍족하던 시절이라 마을마다 우물이 있었지요.

내가 자란 동네도 우물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전체가 50호 남짓했는데 웃각단, 아래각단, 양달, 음달로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러나 마을에 경사나 애사가 있으면 모두가 동원되었습니다. 이른 바 두레가 형성된 것이지요.

정월 보름이 되면 마을에 풍물패가 등장합니다. 징, 장고, 꽹과리, 법고가 중심이 되고 포수가 뒤따릅니다. 바람잡이도 있고 양반도 있고 여장남인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광대짓이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풍물패는 마을의 지신을 밟고 일 년의 평강을 빈 뒤에 집집마다 방문하지요. 그리고 그 집의 구석구석을 돌며 주문을 욉니다. 장독대도 빼놓지 않습니다. 장독대는 멀리 나간 자식들의 무사를 비는 어머니들의 발원처이기도 합니다.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새벽마다 기도하는 도량입니다. 한바탕 놀고 나면 주인이 떡이며 술이며 내 놓고 사례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집으로 가지요. 이것이 보름날 우리 마을 민속의 가장 큰 행사였습니다. 징, 장고, 꽹과리, 법고의 사물이 절의 범종각에 있는 종, 북, 운판, 목어의 변형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리(里)가 쓰인 말로 고리(故里), 이문(里門)이 있고 지재천리(志在千里), 붕정만리(鵬程萬里), 일사천리(一瀉千里) 등이 있습니다. 물이 골짜기에서 쏟아지듯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짐이 일사천리입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