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賢者在位 - 현자재위 : 어질 賢, 사람 者, 있을 在, 자리 位

어진 이가 제 지위에 오르게 됨

2012-03-12     이재명 기자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위상에 쓰인 위(位)는 ‘벼슬, 지위, 자리’를 뜻하는 한자입니다. 위(位)는 사람들이 늘어 서(立)있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경복궁 근정전 뜰에 있는 품계석을 보면 사람의 위상(位相)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정일품 자리부터 종구품 자리까지 그 위계가 엄정합니다. 당상관(堂上官)도 그렇습니다. 과거에 급제해야 대청의 마루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현자(賢者)와 능자(能者)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자는 어질고 덕이 있는 사람이고 능자는 한 부분에 재주가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질고 덕이 있으면 위로 군주(君主)를 잘 보좌하고 아래로 사람들을 잘 거느리지요. 또 능자처럼 어느 한 부분에 재주가 있으면 맡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이 말은 현자재위(賢者在位)하고 능자재직(能者在職)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직위(職位)도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맹자의 말입니다. 장관쯤 되는 이는 현자(賢者)라야 하고 각 부서의 실무자는 능자(能者)라야 합니다. 이 현자와 능자의 자리가 바뀌면 질서가 잡히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옛날 순(舜)임금이 자리를 얻은 이야기는 매우 유명합니다. 순은 완악한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도자기를 굽기도 하고 농사도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어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당시의 요임금이 후계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신하들이 요임금의 아들을 추천했지만 한마디로 그릇이 못된다고 거절했습니다. 많은 곡절 뒤에 순(舜)이 천거되었습니다. 요 임금은 여러 요직을 맡겨 그의 사람됨을 살폈습니다. 맡은 일마다 공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한 번은 순이 물길을 잡으러 들로 나갔습니다. 그 때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내려쳤습니다. 천둥 소리가 사방 백리에 진동하고 바위와 나무들이 쓰러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갔지요. 그런데, 순(舜)만은 조용히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내공이 깊었던 거지요. 이런 내공도 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순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