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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飛雹散 - 풍비박산 : 바람 風, 날 飛, 우박 雹, 흩을 散

바람이 불어 우박이 사방으로 흩어짐

2012-03-26     이재명 기자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풍(風)은 ‘바람’ ‘경치’ ‘위엄’ 등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글자의 모양을 보면 무릇 범(凡)에 벌레 충이 합해진 형상입니다. 범(凡)이 바람을 이용해 움직이는 돛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돛에 부는 바람은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벌레를 움직이게 한다고 합니다. 이로 보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갈 때 벌레가 그 속에 숨어 지나간다는 말도 그럴사합니다.

바람도 그 일컬음이 다양하지요.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칼바람 등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바람’의 ㄹ발음을, 혀가 짧은 사람은 발음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람 풍’이 ‘바담 풍’으로 소리 나지요. 어느 서당의 훈장이 혀가 짧아 ‘바담 풍’하니 학동들은 따라 하느라 ‘바담 풍’했습니다. 훈장이 들으니 ‘바람 풍’이라야 하는데 ‘바담 풍’이라고 하는지라 다시 더 세게 ‘바담 풍’이 아니라 ‘바담 풍’이라고 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 봐야 하거늘 남의 탓으로만 돌리면 선진사회가 되기가 어렵습니다.

남의 말을 신중하게 새겨듣지 않고 흘려듣는 것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합니다. 말의 귀에 동쪽 바람이 분들 알아 듣지 못하지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하면 그냥 지나가지만 민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그런 처신을 하면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험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곧바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됩니다. 여기의 박(雹)이 우박입니다. 바람에 날려 우박처럼 흩어지는 것이 풍비박산입니다. 정당한 말을 도외시하면 난관을 만납니다.

바람과 구름이 풍운(風雲)이지요. 여기에 아(兒)를 보태면 풍운을 타서 활동하는 사내라는 뜻의 풍운아(風雲兒)가 됩니다. 풍운아는 용이 비바람을 얻어 하늘에 오르듯이 영웅이 때를 얻어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더러는 출중한 능력이 있어도 때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태공이나 제갈량 같은 인물들도 한 때 그랬던 인물입니다. 끝내 기회를 얻지 못해도 조금도 위풍(威風)당당한 풍격(風格)을 잃지 않고, 풍광(風光) 좋은 산수를 찾아 풍류(風流) 속에 한 세상 보내기도 합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