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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태화루를 한국현대사의 기념관으로

2012-06-11     홍영진 기자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태화루는 400여억원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울산의 역사공원 사업이다. 기공식까지 마쳤는데 아직도 여러 볼멘소리가 들린다. 콘서트홀, 미술관, 박물관 등 모두가 울산의 랜드마크를 바라는 충정이지만 더 이상 건축물 변경을 논하는 것은 시간소비다. 이미 시작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랑스런 울산공단 50주년 기념작품이 될까를 걱정해야할 단계다.

한국산업 50년은 조국의 근·현대화를 동시에 이루었다. 그 인력(因力)이 울산이다. 울산은 산업현장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함께 볼 수 있는 한국유일의 관광지다.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귀한 터에 만드는 태화루는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추면 국제적 보석이 될 수 있어도, 60년대 동네사람 같은 생각을 고집하면 향수(鄕愁)의 누각밖에 안 될 것이다. 울산이 어떤 도시인가. 지금 한국에는 세계 곳곳에서 ‘불굴의 한국정신’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 중심에 울산이 서 있다는 사실부터 깨닫자.

태화루건립은 울산관광 볼거리의 첫 사업이다. 볼거리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50년 동안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건물 하나만 덩그렇게 만들어 무슨 의미를 찾겠다는 것인가. 태화루는 특별한 얼이 전승되는 보존 유물도 아니고, 사원도, 수도원도 아니다. 그렇게 신성시 할 이유가 없다. 후세에 남길 이 시대의 멋진 유산을 만들 생각을 하자.

우선 태화루의 의미부터 정립하자. 누(樓)·각(閣)·정(亭)·헌(軒)·당(堂)을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전통양식을 빌리되 이 시대의 건축물을 만들어 한국현대사의 기념관으로 삼자.

#1. 기왓장 하나라도 시대를 말 할 수 있게 만들면 그것이 울산의 자랑이 된다.

기와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시대에 따라 모양도 무늬도 달랐다. ‘천연의 곡선’이라고 세계적 찬사를 받는 처마의 곡선미야 변화시킬 수 없지만 막새의 무늬나 마루의 모양은 시대를 상징할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모두 태화루관광 기념품의 소재가 된다.

건물외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지붕의 색조이다. 기와 색을 한번 바꿔보자. 옹기엑스포를 치룬 고장답게 옹기색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갈색은 명도에 따라 의미가 다르지만 ‘건실하고 바른 정신’의 표현으로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색이기도 하다. 새로운 컬러 창출은 늘 앞서가는 도시 이미지에도 맞다.

#2. 누각 공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용돼야 살아있는 건물이 된다. IT강국의 동력이 된 한글주제(최현배와 정인섭의 고향이기 때문에)의 장식, 태화강의 어제와 오늘, 울산 12경, 산업공단 50년 등 흥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고, 작품전시장, 전통혼례장소, 실내악연주장, 귀빈 연회장까지 생각할 수 있다.

#3. 관광은 서민상권과 직결되는 도시산업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자된 시설에서 수익성 상품개발은 필수적 과제다. 태화루 기와(조각품), 태화루 설계도면 복사본, 태화루의 마루와 막새, 태화강의 생태복원 영상물 등 다양한 기념상품을 만들 수 있다.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은 개관 첫 해에 건축과정을 담은 DVD 한 상품으로도 수십억원을 벌었다.

#4. 태화루는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자랑거리 전통건물은 전국 어디에나 있다. 상징성이 중요하다. 울산 태화루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역사공원이 돼야 관광객은 현장을 찾는다.

런던의 미국대사관 앞 광장에서 레이건 대통령 동상을 만난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세웠다. 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을 세계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오히려 많은 여행자가 찾는 런던 중심의 관광코스가 됨으로써 미국의 대통령을 빌려 영국의 관광상품으로 더 유명해진 결과가 되었다.

한국은 극소수 의견이 다수를 호령하는 이상한 민주사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자기 고향발전을 위해서는 분명한 이성이 생길 것이다. 시민합의로 대통령동상을 세우자. 그것도 안 되면 대통령과 기업인 산업기술인, 시민이 함께 어울린 군상이라도 만들자. 세계 어디를 가도 역사공원에는 그 도시가 내세우는 인물 동상이 서 있다. 그의 삶을 통해 순례자는 감동을 받는다.

태화루는 어떤 의미가 있어 여행객이 찾아올까. 그 곳에 한국산업을 이끈 지도자의 동상이 세워졌을 때 이것이 울산역사공원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된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