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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다가가는 남성열전]상을 받을 수 없을 만한 큰 공적

74. 한신 (韓信·BC 196~?)

2012-11-13     이재명 기자
▲ 삽화=화가 박종민

옛 말에 하늘이 주는 복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당하고, 때를 만났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재앙을 받는다고 했다. 용맹과 지략이 뛰어나 임금을 두렵게 하는 자는 그 목숨이 위태롭고, 공적(功績)이 천하를 덮는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그저 2인자나, 3인자 자리가 제격인 사람이 1인자의 자리를 넘보면서 행세하는 사람이 있고, 당대 최고이면서, 마땅히 1인자 자리에 올라야만 할 사람이 그저 2인자에 머물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좌하는 꼴을 우리는 주위에서 가끔 보아왔다. 그저 안타까움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초한(楚漢)의 전쟁에서 한신(韓信)은 유방을 도와 서하(西河)를 건너 위나라 왕을 생포하고 하(夏)나라의 왕 열(說)을 사로잡았다. 군사를 이끌고 정형(井)으로 내려가 성안군을 베어 죽이고 조나라 땅을 빼앗았다. 그 후 연나라를 위협하고 제나라를 평정했으며, 남쪽으로 초나라 군사 20만 명을 쳐부수고 용저를 죽였다.

이러한 사실을 장량은 한(漢)나라 왕 유방에게 보고하였다. 이것은 소위 천하에 둘도 없는 공적이고, 세상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무용과 지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공을 인정받은 한신은 초한 전쟁의 말기, 유방으로부터 제(齊)나라를 봉지로 하사받은 제후왕의 신분이었다.

이때 제나라 출신의 괴통(徹)이 관상을 봐주는 척하면서 한신을 찾아갔다. 괴통은 천하 대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힘과 무력을 지닌 사람이 바로 한신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유방으로부터 독립하여 왕국을 건설한 다음 천하를 차지하여 황제가 되라고 한신을 설득하였다.

귀하고 천한 것은 두상의 생김새에 따라 다르고, 얼굴 모양과 빛깔을 보고는 근심과 기쁨을 알 수 있고, 성공과 실패는 결단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이 모두를 종합하여 판단하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고 옛 사람들은 말 한다. 과연 한신의 관상은 귀함이 넘쳐나지만 황제의 관상은 아니었던가 보다.

괴통은 한신에게 유방으로부터 독립하여 유방·항우와 함께 천하를 삼분하라고 조언했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면 도리어 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신은 한왕(漢王) 유방은 왕의 수레에 자신을 태워주고, 왕이 옷을 벗어 입혀 주고, 왕의 음식을 자신에게 먹여준다고 했다.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그 사람과 우환을 함께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그 사람과 근심을 함께 하고, 남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 사람이 하는 큰일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자라고 옛말을 인용하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고 하며 괴통의 조언을 한신은 듣지 않았다.

천하의 명산이라 불리는 태산도 한조각의 바위나 흙이 모여 그만큼 커진 것이다. 강이나 바다는 아무리 작은 물줄기라도 받아들이기 때문에 철철 흘러넘치도록 많은 물을 채울 수가 있다. 왕자(王者)는 어떤 사람이라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음으로써 훌륭한 정치를 펼 수가 있는 것이다. 한신의 지략과 용맹은 유방을 넘어서지만 그릇은 역시 태산 같은 유방에 미치지 못한 탓이었을까.

 

▲ 한분옥 수필가·울산예총 회장

유방은 한신의 힘을 입어 항우를 누르고 중원을 통일하고 나자, 끝내 자신의 각본대로 한신을 경계해 병권을 빼앗고 벼슬도 강등시켰다.

결국 한신은 유방의 계략에 처형당했다. 한신은 죽기 전에 괴통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을 땅을 치며 통곡하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게 마련이다.

신하의 신분이면서 임금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위세를 지녔고, 명성을 천하에 떨쳤던 것이 그의 죄의 전부였다. 한신 그는 천하제일의 지략과 용맹을 지니고 2인자이기를 고집한 죄가 또한 그것이다.

한분옥 수필가·울산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