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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누에의 삶

2013-04-30     경상일보
▲ 김종래 울산스피치리더십센터 원장

누에는 알에서부터 한 살이를 시작합니다. 한 개의 알은 한 개의 점의 상태로 고정되어 공간, 입체니 하는 것들을 전혀 지각 못하는 행동반경 제로 상태입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숨을 쉬고 사고를 하고 발육을 하며 긴 겨울을 보냅니다.

누에의 알은 봄이 되면 마침내 부화하기 시작하여 아주 작은 유충이긴 하지만 알과는 차원이 다른 점으로 붙박혀 있던 1차원적 삶에서 면을 이용할 줄 아는 2차원적 삶으로 환생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에는 뽕잎 먹기와 잠자기 허물벗기를 거듭하게 되는데 네 번 째 잠 즉, 5령 애벌레가 되었을 때 엄청난 식욕으로 뽕잎을 먹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조물주는 어떤 생명체에게도 영속적인 즐거움을 부여하지 않아 5령 애벌레 또한 최후의 일주일 뽕잎 식사가 끝나면 고치실을 토해내어 고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고치 속에 갇혀버린 애벌레는 12일 동안 꼼짝달싹도 못한 채 캄캄한 암흑의 테두리에서 절대 고독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 때 날기 위해선 날개를 가져야 하는데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도 감내해야 합니다. 날개가 있으면 유시형 곤충, 날개가 없으면 무시형 곤충이 되고 마는데 절대 고독이 두렵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할 수 없다면 무시형 곤충으로 그저 먹고사는 일상 하나로 만족하면서 밑바닥을 기어 다니며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곤충인데 날개가 있어 날아다녀야만 곤충답지 않겠습니까. 하늘을 비상하는 즐거움이 없다면 어찌 곤충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진정 가슴을 치며 통곡한 적이 지금까지 살며 몇 번이나 있는가를 반추해 봅니다. 하찮음, 우열함, 교정되지 않는 악마성 때문에 입술이 파래지도록 내 삶을 칼질해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를 가슴맥을 짚어 봅니다. 의미 있는 삶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선택받은 자의 삶을 원한다면 몇 번씩이라도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내 스스로 몽상의 고치 속에 고립되어 절대 고독을 감내하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합니다.

새 세계는 삶의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김종래 울산스피치리더십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