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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칼럼]어떤 대주주

윤리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 갖고
사업 커질수록 엄격한 잣대로 자정 노력
올바른 견해는 사회적 환경도 뛰어 넘어

2013-05-20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돈 앞에 장사가 있나요”란 말에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학식이 높은 사람이나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의 수뢰 사건들을 접할 때면 사람이란 참으로 돈 앞에 약한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무려 10여년 정도 한 기업의 사외이사를 한 적이 있다. 10여년이면 내부의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등에 대해 이것 저것 세세히 볼 기회가 있다. 내가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대주주가 재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으며, 합법과 불법 그리고 윤리적인 것과 비윤리적인 것 사이에 어떤 견해 혹은 관점을 갖고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대주주가 합법과 윤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고, 이를 기업에 실천하기 위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사회적인 환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직하리만큼 원칙을 준수하려는 대주주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환경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대주주가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느냐처럼 중요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간잡지에 어떤 기업의 남매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된 적이 있었다. 대주주 남매 세 사람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사기업인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줘 급속히 성장시키고, 이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때에 주식을 팔아서 엄청난 차액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이 기업의 사례가 경우에 어긋난 것은 남매 세 사람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기업에 인수시켜 70배(배당금 포함)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이다.

이익의 뿌리는 너무나 질기기 때문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상황 앞에서 합법이나 윤리라는 잣대를 갖고 엄격하게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이 기사를 전하는 <주간조선>의 최준석 편집장은 취재 후기에 이런 이야기를 더한다.

“우리 잡지사가 특별히 대기업 오너들을 겨냥해 파헤치려고 이런 취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의지를 갖고 각 기업의 회계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대기업 오너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기사를 접하는 분들 가운데 내심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관행상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자신이 내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두 가지로 답한 바가 있다. 하나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몫 이상을 갖지 않는 것이다. 부당한 가격으로 주식을 모기업에 인수토록 했다면 이는 모기업의 주주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에 속한다. 세월이 2000년 넘게 흘러갔지만 정의는 자신의 몫만큼 갖는 것이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몫 이상을 불법적으로 갖는 일은 결코 올바른 일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시중의 비판적 여론이 있을 것을 걱정하기라도 하듯이 최 편집장은 “보수언론이 왜 기업들을 어렵게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법, 편법 앞에 보수언론, 진보언론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라고 답한다.

우리가 유지하기를 소망하는 자유시장경제가 더욱 튼실함을 유지하는 것은 불법과 비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자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만이 가능하다.

내가 10여년 동안 몸담았던 기업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강하게 권하더라도 지배주주가 ‘아니오’라고 답하였을 것이다. 그에게 이런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불법과 비윤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