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카지노

[예술로 다가가는 남성열전]다시 찾은 봄을 노래하다

87. 스메타나

2013-05-28     이재명 기자
▲ 삽화= 화가 박종민

프라하의 봄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프라하의 봄이다. 숨이 막힌다.

스메타나가 그의 조국인 체코를 왜 이처럼 사랑했는지를 알 것 같다. 그의 작품 ‘나의 조국 중 몰다우’를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우고 들어서 알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봄의 꿈은 꿈틀거리고 있고, 프라하의 봄은 무거움과 가벼움의 극적인 변주를 연출한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도 이미 우리들 마음 속에 있다.

영화 ‘프라하의 봄’은 허무를 통한 아주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무혈혁명인 벨벳혁명의 장소인 프라하의 광장에서 한참을 생각한다.

소리 없이 사라진 저녁노을 같이 슬픈 여운이 맴을 돈다. 아련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 고색창연한 유럽의 중세도시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이 소롯이 남아 있는 곳은 여기 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 프랑스의 파리보다 더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의 한 가운데서 넋을 놓고 있다.

몰다우 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라하성의 웅장함을 바라보니 애잔한 슬픔이 가슴으로 묻어나온다. 중세유럽을 한눈에 보고 있는 것 같이 거대한 박물관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강’이 들리는 듯 몰다우 강을 흥얼대며 걷고 있다.

중세도시 속의 아름다운 프라하.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들으며 몰다우강을 상상만 하던 그 풍경 속이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나 언제 이렇게 놓여나 역사 속의 도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 있다니, 눈은 촉촉이 젖고 가슴은 차분히 갈아 앉는다.
 

▲ 한분옥 수필가·울산예총 회장




이 몰다우 강의 흐름은 프라하를 꿰뚫고 지나간다, 프라하의 북쪽 엘베 강과 합류하는 430킬로미터의 긴 강이다. 이 흐름은 독일 중부를 꿰뚫고 작센에서 북해로 흘러간다.

왼쪽 기슭에는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성(古城) 프라하 성(城)이 솟아있다. 도시 프라하도 몰다우 강의 품에서 자랐다.

독일어로 교육받은 스메타나는 40세가 넘어서도 모국어인 체코어를 배웠다고 한다. 전 6곡으로 된 교향시 중 2번째 곡인 몰다우부터 귀머거리가 된 후에 쓰여졌다.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스메타나가 그 고뇌와 좌절감에 빠진 시기에 이토록 상상력이 신선하고 기악 편곡이 화려한 작품을 구상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표제에 충실한 음악의 흐름과, 품위 있는 묘사적 방법, 친밀감을 주는 선율을 우리는 사랑한다. 몰다우는 여섯 곡의 연작 교향시 가운데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다.

또 20세기에 쓰인 가장 매력적인 소설, 삶과 죽음, 가벼움과 무거움, 성(性)과 사랑, 정치와 개인, 찰나에서 영원까지. 쿤데라의 철학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프라하의 봄’ 그 현장이다.

인생과 사랑, 성과 모든 영혼에 한하여 그 존재는 가벼울 수도 있고 무거움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는 프라하의 봄 여기에 해마다 5월12일이면 세상의 모든 음악인들은 프라하로 온다. 페스티벌 ‘프라하의 봄’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수준 높은 음악 축제이다.

매년 5월 12일에 시작하는 것은 그날이 스메타나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5월12일 밤이 되면, 오베츠니 돔에서 그의 교향시 ‘나의 조국’의 전 6곡을 모두 연주한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석에 앉아 전곡을 감상하는 것이 관례다. 체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음악제 이상의 축제가 바로 프라하의 봄이다.



역사와 전통, 세월의 무게를 안고 흐르는 축제 ‘프라하의 봄’을 이틀 남겨 놓고,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을 뒤로하고 우리는 프라하를 떠나왔다. 절정을 맞이한 프라하의 봄밤을 남겨두고 그렇게 떠나왔다. 중세도시 프라하에 해마다 봄은 올 것이다.

한분옥 수필가·울산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