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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이예, 그 불멸의 길]24.문인(文引)제도 <170>

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2013-06-02     이재명 기자
“그들에게도 도주의 문인이 없으면 접견를 허락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

“그러하옵니다.”

대마도주인 소 사다모리는 문인을 이용하여 각처의 사신들을 통제하고 문인 발행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등 대마도 내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배권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그러한 권한을 허용해 주는 대신에 그가 사송선과 흥리선을 막아 준다면 조정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문인의 위조나 사다모리가 말하는 문인제도의 확대는 흥리왜선을 막는 데 지금까지 시행되었던 어떤 제도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이예는 생각했다.

처음 문인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도주인 소 사다모리는 노인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조선 조정에 그의 성심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는 조선 조정에서 도서를 지급받은 소 히고시치(종언칠)나 소 시게나오(종무직)와 같은 사람에게도 문인제도를 적용시켜 달라고 조정에 요청해왔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문인을 받지 않고 건너가서 사람을 살해하고 온 자들의 목을 베어 조선 조정에 보내면서 문인제도의 시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

그러나 문인이 위조되거나 중간에 사람을 바꾸어 도항하는 일이 늘어났고 내이포에 체류하는 왜인이 과해료(過海料), 유포료(留浦料)를 사취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예조에선 그런 부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고문을 보내고 모든 사송선의 크기를 구별하고 각 선마다 정관과 격왜의 이름, 그리고 인원수를 자세히 기록하도록 요청하여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왔다.

“족하가 말하는 문인의 확대 시행은 가상한 일이다. 다만 오우치 도노(대내전)와 같이 조정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곳은 조정에서 직접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이예는 시다모리가 제의한 문인 발행의 확대가 흥리선과 사송선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오우치 도노 같은 도주와 대립 관계에 있는 영주들에게는 그 제도를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의 대담 동안 부중의 병사들은 정청을 삼엄하게 호위하고 있었다. 각 지역의 만호와 츠에 지로사이에몬(津江次郞左衛門)은 회의 내용에 귀를 곤두세운 채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회의 내용에 따라 그들의 생존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날이 저물어서 대담을 중단되고 연회가 마련되었다. 대마도의 여러 만호들이 와서 경차관에 대한 예를 표했다. 그러나 오우치 모치요(대내지세)에게 패해서 대마도에 기거하고 있는 쇼니 요시요리와 그의 일행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틀이 지난 뒤 이예와 도주 소 사다모리가 다시 정청에 마주 보고 앉았다. 츠에 지로사이에몬도 배석했다.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성과 구량포에서 고기잡이를 추가로 허가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다모리가 고기잡이 추가 허용에 대한 말을 꺼냈다. “이미 경상도의 삼포를 개항하여 고기잡이를 허용한 마당에 다시 추가 허용을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예는 잘라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