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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이예, 그 불멸의 길]25. 고초도 <175>

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2013-06-09     이재명 기자
“돌아갈 땐 다시 지세포에 와서 허가 문인을 반환하고 도주의 문인을 되돌려 받아 대마로 돌아가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어에 대한 세(稅)로는 대선에 5백 마리, 중선에 4백 마리, 소선에 3백 마리 정도씩 물리게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되옵니다.”

대마도에서 돌아온 이예가 한 차례 더 임금을 알현하고 아뢴 말이었다. 이예는 조어 허가나 세를 받는 구체적인 것까지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11월이 되어서도 대신들의 갑론을박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한다는 생각은 같았다. 11월 22일 마침내 영의정 황희와 좌찬성 하연, 그리고 우찬성 최사강, 병조판서 정연, 예조판서 김종서, 우참찬 이숙치 등이 모여 열띤 논의 끝에 고초도에서 조어를 허용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왜인이 고기 잡기를 청하는 것이 그들의 지극한 심정에서 나왔으므로, 비록 허락하지 아니할지라도 몰래 숨어 내왕하면서 그 이익을 취하여 다함이 없을 것이오니, 비록 우리가 그 사실을 안다 할지라도 어떻게 금제하오리까. 만약 금제하고자 하면, 반드시 변경에 틈이 생길 것이옵니다. 따라서 허락하여 그 은혜를 베푸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이옵니다.

규약을 정하여 왕래를 조절함이 좋을 듯하옵니다. 거제의 지세포는 바로 왜선이 왕래하는 요충지이므로 지혜와 용맹이 있는 사람을 골라서 만호로 삼고, 종정성에게는 약조를 정하여, ‘너희들의 생활이 곤란하고, 또 두세 번 청하기로 고초도에서 고기 잡기를 청하는 일을 허락하고자 하니, 모름지기 배의 대소를 구분하여 문인(文引)을 주어 내왕하게 하고, 지세포에 세를 바치며, 만약 문인이 없거나 또 세를 바치지 아니하면, 논죄하여 세를 징수하겠다.’고 규정함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황희가 대신들과 협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임금께 아뢰었다. 그러나 우의정 신개는 끝까지 반대했다,

“신의 뜻도 영상 이하 여러 대신들이 의논한 뜻과 다르지 않사옵니다. 하지만 왜인이 고기 잡기를 청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신의 생각이 다르옵니다. 지금 우리가 만약 왜인의 청을 허락하게 되면 저들이 필경 고초도를 그들의 땅으로 만들고, 그곳에 와서 사는 자가 있을 것이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 우리가 무슨 연유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겠사옵니까?”

“경의 말은 극히 당연한 국가 근간이 되는 말이요. 경의 그 한 마디 마디에 우국충정이 배어 있음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우리가 또 타개해 할 시대의 난제가 있고 열어 가야할 국제 관계의 길이 있기에 왜인들을 그냥 내칠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니겠소. 그래서 영상의 의견을 따르려 하는 것이오.”

임금은 신개를 위로하고 황희 등의 말에 따랐다.

다음날 우의정 신개가 예궐하여 다시 임금을 알현했다,

“고초도에 왜인의 조어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신이 어제 상세히 아뢰었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였사옵니다. 하지만 밤새도록 생각하여도 고초도에서의 왜인들의 조어는 결코 허락할 수 없는 사안이옵니다. 만약 지금 허락하면 뒷날 반드시 뉘우침이 있을 것이옵니다.”

신개는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