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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이예, 그 불멸의 길]26. 그것은 길이었다 <181>

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2013-06-17     이재명 기자
한 명은 체포 중에 반항하며 칼로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도주의 관하가 죽은 자를 끌고 왔다. 죽은 자는 시신으로 보아 아직 젊은 나이였다.

“이 자의 목을 베어라.”

이예는 냉정하게 말했다. 명을 받고 병졸이 작두를 들고 왔다. 병졸이 죽은 자의 목을 작두 위에 올려놓았다.

“잘라라.”

도주 소 사다모리는 담담히 말했다. 병졸이 작두를 누르니 죽은 자의 목이 두부모처럼 잘려나갔다.

잡혀온 죄인들은 스스로 죽은 자를 제외하고 열세 명이었다. 벤 목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게 하고 잡혀온 자들은 부중의 감옥에 감금시켰다. 잡혀온 왜적 중에는 병든 아비를 대신해서 잡혀온 실라입라란 자도 있었다.

“잡혀온 자들은 소인이 직접 목을 베도록 하겠습니다.”

사다모리는 자신이 직접 죄인들의 목을 베겠다고 했다.

“도주가 직접 죄인을 죽이고 보내지 아니하면, 국가에서 반드시 도주가 다른 죄인을 죽이고 거짓으로 도적을 죽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수대로 모두 잡아 보내면 족하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드러날 것이다.”

이예의 말에 소 사다모리는 정곡을 찔린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본토의 법은 비록 백 사람이 도둑질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주모자만을 죽이는데, 이들이 상국에 잡혀가면 다 죽게 되는 것은 아니옵니까?”

“죽여야 할 자는 반드시 죽여야 하겠지만, 비록 죄인이라 하더라도 어찌 사람을 다 죽이는 것만이 능사이겠는가.”

이예는 죄인들을 잡아온 도주 소 사다모리에게도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운을 남기는 말을 했다.

“비록 소인이 모두 잡아 보내지만 이들 중에는 그 죄가 죽음에 이를 정도가 아닌 자도 있으니 모두 죽이지는 말아 주십시오.”

사다모리는 비록 도적들은 잡아왔으나 이들이 조선에 끌려가면 다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여 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소 시게나오(종무직)가 찾아왔다.

“늘 은혜를 입어온 귀국과 전하께 너무나 큰 죄를 지어 대인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사옵니다. 그 중에는 소인의 족속이 또한 도적에 연루되었사온데, 죽여 마땅하오나 제발 모두 죽이지는 말아 주십시오.”

소 시게나오가 애걸하다시피 말했다.

“국법에 따라 다스려질 것이지 내가 지금 그들의 죽음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죄가 경미한 자는 살려 주십시오.”

“법은 미래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기다려 보라.”

이예의 말은 간결했다. 시게나오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던 시게나오가 한참 만에 물러갔다.



대마도에서 왜적을 잡아들이는 일이 끝날 무렵에 이키 섬에 온 오우치우지에서 연락이 왔다. 통신사 변효문 일행이 일본 사신 승려 광엄 일행과 함께 이키 섬에 도착했다는 전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