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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이예, 그 불멸의 길]26. 그것은 길이었다 <182>

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2013-06-18     이재명 기자
이키 섬의 모포도에 잡혀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미 시사 도노(지좌전)와 사시 도노(좌지전)에 연락하여 데리러 가겠다고 하였는데 소 사다모리가 시사 도노를 시켜 스스로 데려오겠다고 하여 며칠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마침 교토에 파견되었던 통신사 변효문과 윤인보, 신숙주 일행이 하카타에서 이 소식을 듣고 오우치 노리히로(大內敎弘)와 일본 사신 광엄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키시마 모도포에 들러 잡혀 있는 일곱 명을 찾아서 대마도로 데려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이예는 도주 소 사다모리와 부중의 정청에 다시 앉았다. 도적의 무리를 수색해 잡아들이는 일이 마무리되어서 사다모리도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다.

“세견선(대마도주에게 내왕을 허락한 무역선) 수를 약정하지 않고는 통교자를 관리할 수가 없다.”

이예는 며칠 동안 의견을 나누어왔던 세견선에 대한 사안을 다시 꺼냈다.

“세견선 수를 약정하는 것은 상국과의 교역의 이점을 독점할 수는 있겠지만 교역의 전체 양이 규제되는 큰 문제점이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소 사다모리가 말했다.

“도주 중심의 결속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가?”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제적으로 조선 무역에만 의존하고 있는 본도의 사람들에게 갑자기 타격이 가해질 것이 문제됩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시행해 가는 과정에서 보완하면 되지 않겠는가.”

“시게나오와 히고시치(언칠)의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다모리는 좀처럼 수용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이예가 대마도에 체류하면서 벌써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왔지만 사다모리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갑진년(1424년)에 내가 직접 나서서 규슈탄다이 시부가와 요시토시와 사송선의 수를 제한하는 정약을 하였는데 그것이 잘 이행되어서 교역이 안정된 것처럼, 세견선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도주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을 것이며 도리어 교역을 안정시킬 촉매가 될 것이다.”

이예가 계속해서 사다모리를 설득했다.

교토를 다녀오는 통신사 변효문 일행이 대마도 부중에 도착했다. 이키시마에서 피랍된 일곱 사람을 찾아서 데리고 왔다. 이예는 부중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이 세견선 협상에 대한 내용을 말해 주었다.

서장관 신숙주는 27세로 아직 관직에 오른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젊은 관리였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도주를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종용하는 말을 했다.

“만약 세견선의 수가 정해지면 권한은 도주에게 돌아가고 아랫사람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바가 없을 것이지만, 선박의 수를 정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데 무엇 하려 도주에게 의뢰하겠소? 그 이롭고 해로움은 다 알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도주는 신숙주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이키 섬에서 데려온 조선 피로인은 자신의 노력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그 공을 자신에게 돌려달라는 말을 했다.

10월 10일 사다모리의 뜻을 받아들여 피로인 일곱 명 중에서 세 사람은 별도로 명기하여 이예에게 맡긴 채 변효문 통신사 일행이 부산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