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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칼럼]브레이크는 자동차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 배운 게 없는 것이 역사”
오만함이 잘못된 역사를 반복케 해
지나침은 반드시 낭패를 부르는 법

2013-07-01     경상일보
▲ 이채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모든 행위에는 그것이 과도함으로 흐르게 될 때 그에 따른 부작용과 손해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할 때가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인류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게 없는 것이 역사’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힘을 얻게 되면 그 힘을 과시하고픈 욕망에 휘둘리고 탐욕은 절제하기 힘들어진다. 이기심을 절제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 이것이 위대한 인물과 평범한 인간이 되는 갈림길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은 대의명분이 분명한 공동선에 기반을 두고 시작한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혁명이 성공한 후에는 인간의 탐욕이 목적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프랑스 대혁명은 이미 역사적 사실과 함께 여러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혁명 정부의 비인간성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10월 혁명 이후 스탈린은 혁명 동지를 숙청하고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은 물론이요, 자기 국민 2500만명을 학살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니 명분도 없고 거짓과 선동을 목적으로 한 지나침은 그 자체가 범죄 행위이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며 가까이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극우 파시즘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침략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한 때 아시아 여러 나라를 전쟁의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망언을 하고 이 말에 동의하는 일본인들은 그런 아베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까지 부정하는 말을 하고 남의 나라를 조롱하기까지 하여 전 세계인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그들은 역사 교과서에 선대가 저지른 침략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도 회피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자라며 후세대에게 정반대의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일로 비추어볼 때 과거에 있었던 사죄 역시 진정성 없는 행위였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며 단지 지금에 와서 그들의 감추어진 민낯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로인해 일본의 극우 반한 단체(재특회) 회원들은 연일 재일동포 거주지에서 반한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한 일본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지켜만 보는 이웃 나라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미 답을 가르쳐 주었다. 과잉은 재앙으로 돌아온다고….

또한 우리나라 역시 일부 국민들의 지나친 언어폭력으로 인하여 다수의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5.18 민주항쟁을 불순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등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려서 여전히 고통이 가셔지지 않은 당사자들의 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 회원들이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우리 국민끼리의 분열과 갈등은 5.18 민주항쟁 이후 극심해졌다고 생각한다. 무고한 희생을 당한 국민들에게 다 같이 속죄하고 위로하고 함께 아파해야 상처가 치유될까 말까할 일임에도 그런 비정상적인 발언들을 쏟아내어서 나라를 더 큰 분열 속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우익 인사들과도 다를 바가 없다.

한때 한진중공업과 쌍용차는 정치권과 운동권 세력이 가세해 노사간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켜버린 결과 마침내 일감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근로자의 삶의 터전인 기업의 존폐까지 걱정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노사가 겨우 손을 맞잡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손실을 겪고 나서야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근래에 쏟아지고 있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법안들은 결국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서 국민과 정부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일자리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답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토인비의 말처럼 잘못된 역사를 다시 반복하는 역사가 있어 왔듯이 인간의 오만은 과도함을 부르고 그 지나침은 반드시 화를 불러오는 법을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니 브레이크는 자동차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채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