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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중의, 한시]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인간 세상에는 죄가 없는데 죄는 가난에 있다

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254)

2013-07-08     이재명 기자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有錢無罪(유전무죄) 無錢有罪(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988년 어느 탈주범이 사회를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즉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고 돈 없고 뒷줄(back ground) 없는 사람은 죄가 없어도 벌을 받게 된다는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요즘 각종 매체에서 여대생 청부살인을 청탁한 모 기업 회장 부인 윤 모씨가 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형집행정지 등을 이유로 병원 특실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할 때 예외 없이 사용하는 文句(문구)이다.

실제로 不正腐敗(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나 재벌 총수는 웬만큼 중죄를 범하지 않고는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설혹 구속되어 징역형 등의 판결을 받더라도 오래지 않아 형집행정지나 가석방 등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茶飯事(다반사)여서 일반 국민의 法感情(법감정)이 긍정적이지 않다.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현부)

땅 위에 신선이 있으면 신선은 부자로 나타나고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인간 세상에는 죄가 없는데 죄는 가난에 있네.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빈부에 따로 種子(종자)가 있다고 말하지 마라.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가난한 자가 또 부자 되고 부자가 다시 가난하게 되네.



이 시는 조선 후기 시인 金炳淵(김병연·1807~1863)의 ‘艱貧(간빈, 가난)’으로 빈부에 대한 19세기 인물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에 신선이 있다면 그는 곧 부자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대목에 대한 판단의 원형이라고 할 생각을 담고 있다. 인간 세상에는 죄가 없지만 만약 있다고 하면 바로 ‘죄는 가난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바로 貧者有罪(빈자유죄)가 된다. 국민 모두가 함께 어울려 조화롭게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모양이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