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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중의, 한시]石壁雨點如撒菽(석벽우점여살숙):석벽에 빗방울이 콩을 뿌리듯이 점을 찍는다

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259)

2013-07-15     이재명 기자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장마철에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陽電荷(양전하)와 음전하가 만나 일어나는 放電(방전) 현상이 번개이고 그때 동반되는 轟音(굉음)이 雷聲(뇌성, 천둥소리)이라고 한다. 인지가 발달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의 노여움으로 받아들였다.

天昏雲黑雷闐闐(천혼운흑뇌전전): 어두운 하늘과 검은 구름 속에 우레가 울리더니
石壁雨點如撒菽(석벽우점여살숙): 돌벼랑에 빗방울이 콩을 뿌리듯이 점을 찍네.
孤舟疾棹過江來(고주질도과강래): 한 척 배로 빠르게 노를 저어 강을 건너오는데
咫尺沿洄波浪惡(지척연회파랑악): 지척인데도 오르락내리락하고 물결이 험악하네.
人生到處行路難(인생도처행로난): 인생은 이르는 곳마다 가는 길이 험난하거늘
不必瞿塘與巫峽(불필구당여무협): 반드시 瞿塘峽(구당협)과 巫峽(무협) 같을 필요는 없네.
(瞿塘峽ㆍ巫峽: 揚子江 上流의 峽谷, 西陵峽과 함께 三峽이라고 함)

이 시는 조선 중기 문신 柳成龍(유성룡, 1542~1607)의 <六月九日 北潭舟中 遇雷雨(유월구일 북담주중 우뇌우, 6월 9일 북담의 배 안에서 뇌우를 만나다)>로서, 고향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 천둥벼락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이 음력 6월 9일이니 이 시는 1586년의 오늘에 지은 것이다. 컴컴한 하늘과 구름 속에서 천둥번개는 들이치고 배는 제 자리에 있는데 험한 물결이 인생살이의 난관 같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뇌우는 몰아치는 기세만큼이나 변화도 빠르다. 李滉(이황)은 <陶山中夜雷雨 俄頃月色朗然 (도산중야뇌우 아경월색낭연, 도산에서 한밤에 뇌우가 쏟아지더니 금세 달빛이 밝아졌다)>에서 “번개 치고 우레 달려 수많은 나무가 울더니, 금세 걷히고 둥근달이 밝네.(掣電奔雷萬木鳴 須臾捲盡月輪明)”라고 하여 뇌우의 無常(무상)한 변화를 지적한 바 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