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掛酌虹流下(괘작홍류하):홍류폭포 아래에 술잔을 걸어 두었다
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62)
2013-07-18 이재명 기자
작괘천은 오랜 세월 동안 흘러내린 계곡물이 너럭바위에 조롱박처럼 파 놓은 흔적이 신선의 술잔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신선이 마시던 술잔을 너럭바위에 매달아 놓고 떠난 개울이 酌掛川(작괘천, 勺掛川)이고, 그 흐르는 물을 잔질할 수 있는 정자가 酌川亭(작천정)이다. 1902년에 세워진 이 정자의 편액과 작괘천의 바위에는 수많은 한시와 기문, 인명 등이 남아 있다.
掛酌虹流下(괘작홍류하): 홍류폭포 아래에 술잔을 걸어 두고
仙人不復歸(선인불부귀): 신선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悠然石上立(유연석상립): 느긋하게 돌 위에 서서
時見白雲飛(시견백운비): 때때로 날아가는 흰 구름을 보네.
(虹流瀑布: 神佛山 공룡바위 밑의 瀑布)
이 시는 작천정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吳昞善(오병선·소설가 吳永壽의 조부)의 작품으로 홍류폭포 아래의 이 바위에 술잔을 걸어 두고 떠나 버린 신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작괘천’이라는 명칭을 풀이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신선 전설을 간직한 너럭바위를 부각하고 있다.
작천정에는 언양 출신의 학자 鄭寅燮(정인섭·1905~1983)이 부친의 시를 쓴 詩板(시판), 통도사 주지를 지낸 승려 金九河(김구하·1872~1965) 및 여류시인 李九簫(이구소·1894~1991)의 시판 등이 걸려 있어서 다양한 인물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정인섭은 ‘작천정의 노래’에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가마바위 타고서 기다리는가// 간월산 맑은 정기 고이 받아서/ 작천정 호박물이 흘러 내리네/ 반석은 크고 적은 그릇이 되어/ 천사가 내려와서 소풍하는 곳(하략)”이라고 하여 이곳의 풍광과 전설을 노래한 바 있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