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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조 칼럼]야음동에 살으리랏다

태화강 맑은 물 흐르는 ○○은 어딜까
정감있는 향토 문화가 깃들어 있는 울산
외지인에게도 활짝 열린 아름다운 도시

2013-07-22     경상일보
▲ 신국조 울산과기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화학

‘새재’(조령, 鳥嶺)의 남쪽 지방(영남, 嶺南)에 ‘초목이 우거진 산’인 ○○이 있다. 이 도시는 북으로는 경주와 포항으로 이어지고 남으로는 해운대로 고속도로를 통하여 연결된다. 동쪽은 동해 바다에 닿아 있다. 이 도시의 젖줄과 같은 강이 도시의 중앙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든다. 이 강은 이 도시에 세워져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수출을 주도하는 거대한 산업 공단과 급격한 인구 팽창에 따른 생활 오수 등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오염되었다가 시에서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에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되었다.

4개의 구와 1개의 군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의 남쪽에는 ‘돌배미강’(회야강, 回夜江)이 동남쪽으로 흘러 진하 해수욕장 근처에서 동해로 진입한다. 이 강에는 딱한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젊은 과수댁이 어린 아기를 홀로 재워놓고 강 건너 그리운 이를 만나러 갔는데 아기가 깨어 보니 엄마가 밤중에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이 도시의 중구에는 ‘타향살이’ 고복수의 고향인 병영동(兵營洞)이 있는데 사적 320호인 ○○ 병영성이 있는 마을이란다. 남구에는 야음동이 있는데 ‘어두운 밤의 마을’이 아니고 ‘잇기 야(也)자 같이 생긴 뒷산에서 야(也)자 소리가 난다’하여 불리게 된 야음동(也音洞)이란다. 남구에는 ‘신라 경순왕을 안내하던 동자승이 자취를 감추어 없어진 곳’이라는 무거동(無去洞)도 있다. 북구에는 어물동이 있는데 장세동의 ‘○○ 동구 지명과 문화이야기’에 의하면 어산물이 모이고 거래되는 곳이 아니라 ‘완만한 산세에서 늘어져 내린 물가’라는 어물동(於勿洞)이란다. 동구의 전하동(田下洞)은 산 기슭에 많이 경작해 놓은 밭 아래에 있는 마을이렷다.

서쪽에는 1000m 이상의 높은 산 7개로 이루어진 산맥이 이 도시를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어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험한 날씨를 막아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 봄에도 이 산맥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 색다른 풍경을 나타내고 있다. 이 산맥의 지킴이인 배성동 방랑시인이 보여준 고지도에 천화현(穿火峴, ‘불을 뿜으며 생긴 산맥’)으로 나타난 이 산맥은 오늘날 영남알프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산맥을 향한 전진 베이스 캠프 격인 언양(彦陽)은 원래 북쪽에 위치한 고헌산(高獻山) 자락에 있다하여 헌양(獻陽)이라 불리었다. 2010년에 ○○역의 개설로 개통되어 서울과의 거리를 불과 2시간30분으로 단축시켜 실질적으로 이 도시를 외지인들에게 활짝 열리게 한 KTX는 그야말로 신이, 아니 시대가 이 도시에 내린 커다란 축복인 셈이다.

이 산맥의 으뜸은 단연코 가지산(1240m)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산을 왜 가지산이라 부르는지 모르고 있더라. 야채인 가지가 많이 나는가? 아니다. 부처님의 지혜가 가득한 영산이라는 가지산(迦智山)이다. 한글 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이 도시에서 가지산을 순 우리말로 옮긴다면 아마도 ‘부슬뫼’ 정도가 아닐까. 부처님의 슬기로 가득찬 뫼….

언양에서 좀 들어가면 작괘천(酌掛川)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의 바닥에 깔린 넓은 바위에 술잔을 걸어놓은 듯한 모양으로 파인 곳이 여러 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 계곡에 이 도시의 12경 중에 하나인 작천정(酌川亭)이 있다. 이 정자에는 옛 문인들이 적은 한문 편액들이 빼곡히 결려있고 바라보이는 바위에는 옛 사람들의 이름이 여기 저기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시원한 물줄기의 계곡을 내려다보며 시를 읊었던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은 바로 ‘만나면 친구 되는 곳’인 울산(蔚山)이며 이 도시의 젖줄과 같은 강은 ‘태화강’(太和江)이다. 이 강은 원래 옛 정서가 물씬 풍기는 ‘태홧강’이었는데 어느 샌가 정나미 떨어지는 밋밋한 ‘태화강’이 되어 버렸단다. 그래도 나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안양2동… 안양9동에 사는 것보다 정감있는 향토 문화가 깃들어 있는 야음동(也音洞)에서 살며 가끔은 좀 떨어져 있는 한 맺힌 회야강(回夜江)변을 걷고 싶다.

신국조 울산과기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