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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칼럼]울산에 대한 진정한 자긍심을 갖게 하려면

천혜 자연환경, 소득·수출 1위 울산
세계가 반할 아름다운 건축물 갖추면
전 시민의 자랑거리·관광자원도 돼

2013-08-29     정명숙 기자
▲ 정명숙 편집국장

‘국뽕’이란 단어가 인터넷에서 논란이다. ‘국가’와 ‘히로뽕’을 합친 단어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되어 있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인터넷 속어다. 어감이 약간 저급하긴 하지만 그 뜻이 단번에 와닿는다. 잘 지어낸 말이란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언어는 생물이다. 시대에 따라 만들어지고 변화되는 것이다. 더구나 속어는 유행가와 같이 그 시대상을 적확하게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국뽕’은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됨직하다.

‘국뽕’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유는 외국인들에게 ‘두유노 강남스타일?(Do you know Gangnam style)’ ‘두유노 김치?’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행태 때문이다. 사회학자의 말을 빌어 ‘이런 심리는 자긍심이 아니라 불안감’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언론도 있다. ‘경제 문화적 기반에 대한 긍지가 있으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그만큼 불안하고 애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말춤을 출 줄 모르거나,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외국인을 비난하는 것은 도를 넘은 자아도취적 행태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착한 국뽕’으로 물꼬를 돌린다면 긍정적 에너지가 될 것도 같다. 언제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던 일이 있었던가. 처음으로 ‘세계에서 몇등’을 했는데 우쭐거리는 유치함 쯤이야 당연지사 아닌가. 유치함을 지나야 정통이 되고 전통이 되는 것이다.

필자도 스스로를 돌아보면 ‘국뽕’은 아니지만 ‘울뽕’(울산+히로뽕)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울산을 방문한 외지인을 만나거나, 울산에 발령을 받아서 온 외지인을 만나면 늘 ‘울산이 참 살기좋은 도시’라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강이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고 바다와 산이 지척에 있고, 도시와 시골이 어우러져 있어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부자도시라는 것도 빼놓지 않고 덧붙였다. 울산에 머문지 몇 개월 지난 사람들에게서 ‘예상 보다 살기좋은 도시’라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유도질문을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쯤되면 심각한 ‘울뽕’인가.

그러나 냉정히 들여다보면 나의 ‘울뽕’이 불안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물안 개구리’적 사고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다른 도시를 가봐도 강과 산을 끼고 있지 않은 도시는 거의 없다. 그 중에 울산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청정한 산하를 갖고 있는 도시도 많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이니 바다가 가깝다는 것도 그리 큰 자랑은 못된다. 더구나 외국을 나가보면 자칭 ‘울뽕’도 무참해질 때가 많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풍요롭고, 게다가 멋지고, 세련되기까지한 도시가 어디 한두곳이랴.

그래도 필자는 계속 ‘울뽕’이고 싶다. 다만 나의 ‘울뽕’이 객관성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쯤에서 하나 보태야 할 듯하다. 천혜의 자연, 소득·수출 1위 도시에 걸맞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하나 갖는다면 강요하지 않아도 절로 수긍하는 ‘울긍(울산+긍지)’이 되지 않을까. 울산박물관, 울산대교, 태화루 등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건축물로는 그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조금 높이는 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 ‘문화유산’의 사전적 뜻 그대로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다음 세대 또는 젊은 세대에게 계승·상속할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적 소산이 울산에 있다면 ‘울뽕’을 넘어 ‘울긍’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세계적인 어느 도시를 기억할 때는 대개 문화유산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건축물이 최고의 미술품이라 꼽히는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이나 꽃보다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세계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등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전 국민의 자긍심일 뿐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빼어난 문화재 만이 문화유산은 아니다. 이 시대에 만들어낸 아름다운 건축물 하나로 세계적인 도시로 단번에 우뚝 설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 최고 부자 도시 울산이 그 것 하나 못하랴.

정명숙 편집국장 ulsan1@ksilbo.aykt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