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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칼럼]울산은 살기 좋은가요?

한국의 근대화 이끈 산업수도 울산
지속 성장 위한 선진화 방안 모색해
환경·문화 등 총체적 삶의 질 높여야

2013-09-09     경상일보
▲ 임진혁 UNIST교수·경영정보학 박사

KTX역 앞 산중턱에 ‘근대화의 메카 울산 선진화의 리더로’라는 커다란 표어가 보인다. ‘메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 두 가지 뜻이 있다. (1)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에 있는, 홍해 연안의 도시. 이슬람교의 교조 마호메트의 탄생지로 이슬람교 최고의 성지이다. (2)학문이나 예술 등 특정 분야의 중심지로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곳을 말한다 (Daum 국어사전 참조). 사람들의 숭배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울산이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부상시킨 근대화의 중심지인 것은 분명하다. ‘울산’이란 단어에 바로 연결되는 이미지는 ‘산업도시’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산업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를 이룬 산업수도라는 것은 울산의 정체성이며 도시 이미지이다. 1962년 공업화를 시작하면서 내건 기치는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의 달성을 위해 세운 구체적 목표는 ‘제2차 산업의 우렁찬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산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을 오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날이 오면 울산은 물론 한국 전체가 빈곤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곳이 되리라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었다.

너무도 조용하고 맑은 하늘을 가진 빈궁한 농어촌에서는 산업도시로의 탈바꿈을 간절히 염원하였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공장들이 들어서고 전국 각처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반 세기라는 짧은 시간에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데 울산이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이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울산의 일인당 지역 총생산(GRDP)과 지역 총소득(GRI)은 전국 최고수준으로 ‘부자도시 1위 울산’이라 불린다. 울산 지역 대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체로 20년 근무하면 연봉이 1억원을 넘고, 한 달에 두세 번 필드에 나가는 건 별로 부담이 안 된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러나, “부자 근로자들이 사는 부자도시 울산은 살기 좋은가요?”라고 누가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산업도시’와 연관되는 공장의 소음, 매연, 공해 같은 부정적 이미지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동안 이 같은 공업화의 부산물들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는 ‘공해1번지’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 생태도시 울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 때 ‘죽음의 강’이라 불렸던 태화강이 ‘친환경 생태 하천’으로 변신한 것이 좋은 예이다. 표어에서 ‘선진화의 리더로’라는데 ‘선진화’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의 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선 상태가 됨’을 뜻하며, ‘리더’는 활동을 주도내지 이끌어 가는 자이다.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관련하여 일각에서의 우려와 같이 디트로이트 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 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창업, 친환경적 산업 등과 같은 경제적 분야에서 선진화를 계속 이루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자도시 울산’에서 ‘살기 좋은 도시 울산’으로도 선진화를 해야 한다. 울산에 아직 없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과 가정법원 유치, 시립미술관과 시립도서관 건립, 프로야구장과 컨벤션센터 건립 등은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순위를 여러 기관에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토대로 발표한다. 그 중에서도 유엔의 한 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인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대회’가 199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조성키 위함이 목적이다. 한국에서는 2011년에 통영, 남원, 제주, 2012년에는 수원, 청주가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고성군, 대전서구, 수원이 본선에 진출하여 연말 최종선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종평가 심사기준은 자연 및 인공 조경의 개선; 예술, 문화 및 유산; 환경 우수 사례; 지역사회 참여 및 권한 부여;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전략적 계획 등 총 6개 부문이다. 울산이 선진화의 리더가 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분야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한 사례로 서울 강남구는 선진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시민의식의 선진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활 환경에 만연한 ‘5대 불법·무질서행위’(불법광고물, 쓰레기 무단투기와 불법노점, 불법 주정차, 불법건축물, 불법퇴폐업소)의 일소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도 나름대로의 선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추진방법에 대해서 논의해야 있다.

임진혁 UNIST교수·경영정보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