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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조 칼럼]청춘이여, 꿈을…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같은 시기
기성세대가 무한신뢰로 열정 북돋울 때
청춘은 온몸으로 부딪치며 성숙해 질 것

2013-09-23     경상일보
▲ UNIST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일본 북해도 삿포로시의 유명한 관광 명소로 ‘시계탑’이 손꼽힌다. 1881년에 세워진 이 시계탑은 북해도대학의 전신인 삿포로농대의 연무장이었던 건물에 붙어있다. 삿포로농대의 창설에 크게 기여한 미국인 교수 윌리암 클라크(William S. Clark)가 1877년 4월16일 이 학교를 떠나며 그의 이임식에 도열한 학생들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그런가 하면 주자(朱子)의 권학문(勸學文)에 이런 구절이 있다.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노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소년, 소녀, 청년, 젊은이로 불리우는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참으로 좋은 시절이다. 하얀 종이 위에 시를 쓸 수도 있고, 누구인가에게 편지를 써 나갈 수도 있고, 또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어떤 시가, 편지가 써지고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청춘에게는.

청춘은 예민한 감수성도 지니고 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청춘은 아무 이유도 없이 웃는 법’이라고 말했다. 묘할 묘(妙)자는 바로 소녀의 본성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것을. 청춘은 괴롭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감성적으로는 예민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야망도 가져야겠고, 시간도 아껴 쓰며 열심히 공부하란다. 그러면 부모가, 사회가 바라는 자랑스러운 모범적 인재가 될 것인가.

시각을 확 바꾸어 보면 청춘에게 이렇게 권해 볼 수도 있다. 마음껏 사랑하여라. 온 몸을 다하여 부딪쳐라. 허공을 향하여 부르짖어라. 실패도 해 보아라. 때로는 망가져 보아라. 가슴이 터지도록 아파 보아라. 매사에 궁금해 보아라. 그러나 제발, 정말로 제발, 가만히 있지는 말아라. 인생은 마라톤이다. 실패를 겪고, 망가져 보고, 마음껏 아파도 보고, 매사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 그만큼 더 성숙해 지는 것이다. 모범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앞장 서는 것 같지만 그 이후에는 오히려 길들여진 모범생의 틀에 갇혀 주춤거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청춘은 아름답다. 하지만 청춘이 아름답다는 것은 청춘이 지나간 후에야 알게 된다. 헛되이 청춘을 보내고 난 후에 아무리 후회한들 돌이킬 수는 없다. 청춘은 또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예민한 감성, 부족한 지식과 경험, 판단력의 부족 등은 스스로 치명적인 실수에 이르거나 또는 세속적인 기성세대에 의하여 악용되어 빗나간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청춘의 특권은 잘못을 용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청춘의 가장 아름다움은 바로 순수한 영혼과 뜨거운 열정이다.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떠난 이상의 추구야말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었으리라.

폴랜드의 민족 시인이며 쇼팽의 발라드 작곡에 많은 영감을 준 아담 미키에비치 (Adam Mickiewicz)는 그의 서사시 ‘청춘의 송가’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얼음이 터져 나가며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자유의 새벽’을 가져올 청춘의 힘을 노래한 바 있다.

청춘의 몸부림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그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이다. 기성세대여, 따뜻한 마음으로 청춘을 믿고 기다려 보자.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하여 절규하는 젊은 사자들의 순수한 영혼을, 뜨거운 열정을, 힘찬 패기를 북돋아 주자.

청춘이여, 청춘의 젊음이여, 하얀 도화지에 마음껏 쓰고 마음껏 그려 보아라. 깨끗하게 비어 있는 청춘의 통을 너의 꿈으로 가득 채워라. 그리고 참으로 좋은 멘토의 도움을 받아 그 꿈을 활짝 펴도록 하여라. 꿈이 없는 청춘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청춘의 꿈 속에 너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새롭고도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UNIST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