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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칼럼]‘벼룩의 간’ 빼먹는 고의·상습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 위협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명단공표·신용제재로 고용질서 재정립을
지연이자 지급제 등 확실히 불이익 줘야

2013-09-30     경상일보
▲ 이채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주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다니던 직장에 불을 지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임금체불은 가족이 살 수 있는 생계의 원천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확대하는 등 사법처리를 강화해오고 있지만 기소되더라도 대부분 몇 십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되어 솜방망이 처벌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의 성명, 주소 등 개인정보와 인적사항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www.moel.go.kr), 공공기관 게시판 등에 공표하거나 금융거래상의 신용평가에 반영하여 제재를 받게 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11년 12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근거를 마련하고 은행연합회와 체불정보 활용 협약을 체결하여 그동안 실무적 준비를 거쳐 올 추석을 전후하여 사상 처음 시행하게 된 것인데, 명단 공표는 지난 3년간 2회 이상 임금체불을 하고 1년간 체불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3년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신용제재는 3년간 2회 이상 임금체불을 하고 1년간 체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7년간 금융기관에서 신용정보를 집중 관리하게 된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어려운 대내외 사정에 직면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28만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1조원이 넘는 임금체불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상환하는 일에는 사운을 걸다시피 하면서도 생계의 원천이 근로소득 밖에 없는 근로자의 임금을 떼먹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임금체불이 경영상 애로로 인한 휴폐업 사업장에서 생기는 비중은 적은 반면에 80%이상이 정상 가동 중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주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거나 심지어 임금 지급을 계속 미루어 근로자 스스로 견디다 못해 퇴사하게 만드는 몰지각한 사업주도 있다하니 가히 ‘벼룩의 간’을 빼먹는 잘못된 관행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이나 영국 등 선진 외국에서는 근로자의 임금체불 발생 건수가 거의 없어 발표되는 통계자료가 없을 정도이다.

그에 반해 한국의 고용노동 일선관서의 근로감독관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기초적인 고용질서가 산업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데서 기인하는 임금 등 금품체불 사건(2012년 318,934건)이 전체 노동관련 신고사건(320,582건)의 99.4%에 달할 정도로 많아 이러한 사건처리에 평소 업무역량의 대부분을 쏟아 붙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기획 근로감독이나 예방적 지도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하여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은 근로자의 밥줄을 끊는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므로 기초 고용질서를 세우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생기는 불가피한 일시적 임금체불이 아니라 고의로 재산을 은닉한 채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또 임금 지급이 늦어진 기간의 이자까지 더해서 근로자에게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더 가지기 위해 남의 것을 가로채는 사람에게는 그로인해 얻는 이익보다 더 큰 불이익이 돌아가야 하고 이를 통해 예방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둘째, 여러 차례 도급으로 행해지는 사업에 있어서 근로자의 임금체불 연대책임을 귀책사유가 있는 모든 상위 수급자에게 확대하고, 특히 임금을 주기적으로 미루어 지급하는 소위 ‘유보임금제’를 운영하는 건설근로자에 대하여는 처음부터 공사비에서 노무비를 따로 구분하여 관리되도록 철저히 감독하며, 그럼에도 체불하는 건설업체에는 각종 공사 입찰시 불이익이 확실히 부과되도록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업체가 도산하여 임금체불이 된 경우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인한 경우에는 체불 사업주에게 청산을 지원하기 위한 융자도 실효성있게 충분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채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