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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칼럼]고위공직자의 처신

혼외자 의혹…국감 앞둔 장관 사퇴…
국가 심부름꾼 ‘공복’의 처신 도마위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2013-10-03     경상일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살기가 팍팍한 세상이다. 내수 침체가 날로 심해지면서 내수 전문 직종이나 자영업의 불황은 ‘극심한’이란 꾸밈말을 사용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라도 좀 편안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국회를 떠나 오랜 시간 동안 농성을 하는 국회의원들, 혼외자 의혹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검찰총장, 국감을 앞두고 성급히 사표를 던지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보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저렇게 밖에 행동을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갖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공직이란 것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사전적 의미는 공복(公僕)이다. 국민이 편안하도록 봉사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공직자의 처신에 대해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문제는 전후 사실 관계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숱한 음모론이 떠돌고 있지만 실체는 혼외자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아닌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사건의 핵심이다. 혼외자가 있다면 있는 것이고, 없다면 없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사안을 두고 채 총장 자신의 처신에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언론은 얼마든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검찰 수장의 비리 의혹을 감히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언론이 얼마나 되겠는가? 조선일보의 의혹 제기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잘못된 행위는 아니다. 조선일보는 언론답게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초기 대응부터 채 총장이 더 적극적으로 변호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일 사실이라면 깨끗이 사실을 인정하고 조기에 물러남으로써 사건을 수습했어야 했다. 검찰이 동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는 일반 국민들은 검찰이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치 집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 같아서 괴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채 총장은 필자의 연배이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공직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설령 실수로 혼외자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돌팔매를 던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깨끗이 책임지고 물러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좋겠지만 세상을 살아보면 늘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처신은 범부에도 미치지 못해 무척 실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저 정도로 밖에 처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일국의 검찰총장까지 올라갈 수 있나’라고 혀를 껄껄 차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한편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처신은 더 당혹스러웠다. 본인의 소신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이면 누구든지 소신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소신이 최종 책임자와 충돌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회사에서도 담당 임원과 부장이 각각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사장이 내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최종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충돌이 맞붙을 때면 마지막 조정을 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며칠씩이나 태업을 하고 전화기를 꺼놓고 다니는 것을 두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관이 보건복지부의 전체 의견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장관 정도가 되면 나라 전체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쓰는 것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라는 문장이 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대통령도 공약대로 한꺼번에 혜택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 형편을 보고 공약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법 나이를 먹은 고위공직자들의 최근 처신을 보면서 “일국에서 고위공직자를 맡는 사람들의 처신이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한탄에 나오는 사람이 어디 필자 뿐이겠는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